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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복원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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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복원한다는 의미

입력
2020.06.04 2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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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 ‘다다익선’의 2015년 모습. ⓒ남궁선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 ‘다다익선’의 2015년 모습. ⓒ남궁선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예술가 백남준(1932~2008). 1980년대에 만들어져 브라운관 TV로 구성된, 그래서 이제 자주 켤 수도 없는 그의 작품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우종덕 작가는 이를 영상 설치 작품 ‘다다익선’으로 풀어 낸다. 한 사람이 세 번 등장해 한 번은 “브라운관 원형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음 번엔 “새 시대를 맞아 브라운관 대신 LED 등의 최신 기술을 써야 한다”고 역설하고, 마지막으론 “시대가 바뀌어 작동하지 않는 다다익선 그 자체도 의미 있으니 내버려 두자”고 얘기한다.

정답은 없다. ‘고장나거나 하면 마음껏 고쳐 쓰라’ 했다던 제작자 백남준의 살아 생전의 뜻보다 지금 현재 사는 이들 간의 합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포인트다.

우종덕,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우종덕,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화재로 불탄 남대문 복원 때도 온갖 논란이 불거지고, 아직도 광화문 현판 글씨를 한글로 바꾸니 마니 말들이 많은 것도,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 복원 문제를 두고 프랑스가 시끌벅적한 것도 그 때문이다.

10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관에서 열리는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시는 이 문제를 다룬다. 가상의 보존과학자 C를 내세워 보존, 복원이 무엇인지 묻는 전시다. 미술품 수장, 보존 등에 특화된 청주관에 맞춘 기획전이다.

예전의 미술품 보존이야 물감이나 석고를 덧대거나, 청동을 매만지는 수준이었다. 정교함이 필수였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프랑스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이 한 예다. 장기간 야외 전시로 표면이 심각하게 훼손된 이 작품을 복원하는 작업의 전 과정을 5분 길이 영상으로 보여준다. 여기엔 니키드생팔 재단과 복원 작업을 협의하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된다.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1967)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1967)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지만 개념적이고 추상적 작업이 들어간, 작가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현대미술에서는 그 작가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되살리느냐를 두고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김지수 작가의 설치작품 ‘풀 풀 풀 – C’는 하나의 극단적 사례다. 김 작가는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모아 자그만 유리병에다 담았다. 이 유리병을 벽에다 붙이고 냄새가 ‘풀풀’ 나게 만든 작품이 바로 ‘풀 풀 풀 – C’다. 그렇게 냄새까지 다 잡아내는 게 복원 작업인가. 냄새가 다 날아가 버리고 나면 복원 작업은 생명을 다하는 것인가.

김지수의 '풀 풀 풀 - C' (2020). 채집한 체취와 냄새, 바이알병, 스틸, 벽 위에 페인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지수의 '풀 풀 풀 - C' (2020). 채집한 체취와 냄새, 바이알병, 스틸, 벽 위에 페인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 작가는 “냄새가 다 휘발되어도 그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작품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라 말했다. 작가의 아이디어까지 보존, 복원하는 것이 현대미술의 복원이라면, 대체 복원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하나의 작품을 보존, 복원하기까지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 흥미로운 전시”라며 “단순히 복원 전, 복원 후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은 국현 공식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에도 다음달 2일 공개된다. 코로나19를 감안한 조치다. 현장 관람은 예약을 해야 한다.

이태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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