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미래통합당에서 보수의 가치를 둘러싼 의견이 잇따라 분출하고 있다. 보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김 위원장의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역으로 보수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맞서는 분위기다.
4일에는 야당 몫 국회 부의장이 유력한 당내 최다선 정진석(5선) 의원이 보수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책 세미나에서 정 의원은 “보수의 가치는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보수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지만 보수가 왜 비호감 대상이 됐느냐가 문제지, 보수의 가치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두고 최근 “보수ㆍ자유우파라는 말을 더는 꺼내지 말라”고 한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정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이) 협력해 달라면서 시비 걸지 말자고 했죠. 시비를 걸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된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정 의원은 김 위원장 리더십에 대한 내부 우려도 언급했다. 그는 세미나에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김 위원장이 ‘나를 따르라’ 리더십을 보일까 걱정들 하시는 거 아닌가”라며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게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진지하게 토론이나 소통하지 않고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결국은 또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의원을 비롯해 보수 가치를 고리로 김 위원장에 대한 견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 내부에서는 선제적인 기싸움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영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이 ‘시비’ 같은 불필요한 표현을 쓰고, 가치 논쟁을 부추기면서 의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면 이 당을 지켜 온 우리와 당을 폄하하는 것 아니냐”고 내부의 불만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정 의원은 이날 참석한 초ㆍ재선 의원들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야당 의원실은 밤 늦게까지 불이 밝게 켜져 있어야 한다”며 “윤미향이라는 최대 현안에 대해 왜 당내 최고참인 제가 보도자료를 내야 하나. 야당의 1차적 책무가 정부여당을 감시ㆍ감독하고 비판하는 건데 그러려면 여러분이 권한을 행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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