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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세대 기업가의 혁신

입력
2020.06.0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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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재벌 대기업의 경영자나 신세대 창업자들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혁신 주체로서 주목받아 왔다. 이에 비해 1세대 기업을 퀀텀점프로 환골탈태시킨 2세대 기업인의 혁신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기업들은 사업 특성이나 환경 여건에 따라 세대가 지나면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쌓고 더 큰 기회를 창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퀀텀점프의 대표적 2세대 기업가로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 취임 20돌을 맞이했다. 그는 취임 당시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2세 경영자란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500억원이 넘는 적자 회사를 해마다 5,000억원이 넘는 흑자 회사로 전환하고 3,50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10조원으로 키운 덕분에 교보생명은 국내 빅 3 생명보험사로 퀀텀점프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양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 혁신의 실체다.

교보생명의 2세대 혁신은 실질적인 비전경영으로 출발한 것으로, 6개월에 걸쳐 전 직원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는 작업이었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미래 역경에 좌절하지 않게 도와준다”는 보험회사의 존재 이유를 찾아냈다. 이는 생명보험의 본질을 반영한 것으로 보험설계사들이 단순 영업직이 아닌 ‘보장설계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했다. 지금도 5년마다 전 직원과 함께 보완해가는 비전(전사 목표)은 임직원과 회사가 한 방향을 향해 일관되게 나아가도록 하는 구심점이다. 

솔선수범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경영의 투명성’은 리더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 ‘황제 경영’이었다. 독단적 의사결정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실천했다. 노경협의회에서 오너회장이 ‘주주’와 ‘CEO’ 팻말을 바꿔가며 발언하는 장면이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요시된 것이 원칙 중심의 경영이다. 대표적으로 ‘고객 만족과 고객 보장’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업계 최초로 ‘평생든든 서비스’를 추진하고 영업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경쟁사가 단기 이익이나 성과에 집착하는 것에 비해, 위험 관리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2008년 금융위기에 오히려 업계 최고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교보의 2세대 혁신이 가능했던 뿌리에는 3대를 잇는 독립운동 정신, 의사 출신으로서의 인본주의 철학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퀀텀점프 경영에 대해 필자는 경영학자로서 ‘진정성’을 강조하고 싶다. 경영 이론이나 비즈니스 기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2세대 기업인들이 오히려 아웃라이어로 새로운 한국식 경영의 전범을 보이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그 이유는 혁신의 성공을 위해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진정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혁신만이 생존의 길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앞당겨졌다. 퀀텀점프의 2세대 기업인들에게 더 큰 기대를 해 본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ㆍ전 한국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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