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의지 있어야"
“대선주자로 백종원씨 같은 분은 어때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한 마디에 정치권은 요동쳤다. 지난 19일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의원과 오찬 간담회에서의 일화가 23일 알려지자 온종일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 더 본 코리아 대표 이름이 통합당 내에서 오르내렸다. "(대선주자를) 꿈 꿔본적 없다"는 백 대표의 반응까지 나왔다. 간담회 참석 의원들도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닐 정도로 2년 앞으로 다가 온 대선에 뛸 마땅할 선수를 찾기 힘든 게 통합당 현실이다. 때문에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 위원장의 한마디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24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YTN 라디오에서 "(스스로) 백종원 같은 사람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돼야한다”고 말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CBS라디오에서 “더 분발하라.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한다”고 나름의 해석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집권하든 경제민주화가 과제"
"이제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과제로 단순히 재벌개혁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과 남북한 문제까지 아우르는 과제다. (...) 결국 다음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2017년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출판된 김 위원장의 저서 '결국 다시 경제민주화다'의 한 구절이다.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에서 그는 재벌 중심 경제 구조를 혁신하고, 격차 해소를 추구하는 '경제민주화'가 평생의 소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해 근본적인 전환을 이룰 의지가 있는 인물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준비가 철두철미한 인물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제대로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을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할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을 염두에 뒀을 때 백종원이라는 인물을 대선주자로 거론한 것이 아주 허무맹랑한 일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붙을만 하다. 백 대표는 정치 경험은 없지만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기업경영과 실물경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골목상권 활성화와 자영업자를 위해 애쓴 그의 행보가 '경제민주화' 의 개념에도 부합한다.
'기득권 옹호정당' '국민 비호감'이라는 낙인이 찍힌 통합당 이미지 쇄신에 백 대표의 인지도가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의 머릿속에 백종원을 떠오르게 한 이유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전날 통합당 재선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외부 조사를 봤는데 백종원씨의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것을 보고 언급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 주변에서는 백 대표를 언급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평소 빈말을 잘 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상, 이번 발언이 '뼈 있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 '인물 없는' 통합당 현실 강조
"그 만큼 우리 당에 대선주자가 없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24일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전날 '백종원 대선주자 해프닝'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대선주자를 묻는 질문에 백종원씨를 언급함으로써 '현재 이 당엔 내세울만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김 위원장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2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도 김 위원장은 "현재 정치판에 꼽을 만한 대선주자는 이낙연 의원 뿐"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대선주자들은 성적표는 저조하다. 한국갤럽이 이달 9~ 11일 실시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합당을 탈당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1%,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여권의 이낙연 의원은 28%, 이재명 경기지사는 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백종원 대선주자 얘기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대선을 준비하는 주자들이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다.
※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나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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