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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청 찢는 車소음... 용산·영등포 주민 절반이 잠 설친다

입력
2020.07.15 04:30
수정
2020.07.15 15: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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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3차원 소음지도 단독 입수 공개
서울 시민 22%, 야간 기준치 넘는
청소기 소리? 수준 소음에 시달려

시내 관통 주요 도로 주변 아파트
오르막길 많은 지역 등 피해 커
"교통 공해 저감대책 미흡" 목소리

편집자주

<1> "시끄러워" 귀가 멍멍한 일상

밤 시간대 서울시내에서 소음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이촌동 강변북로 부근이다. 사진은 한국일보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아파트 주변의 소음을 측정해 한강에 반영으로 나타낸 모습. 노란색은 30~40㏈A, 연두색은 40~50㏈A, 파란색은 50~60㏈A, 보라색은 60~70㏈A의 소음도를 의미한다. 류효진 기자

밤 시간대 서울시내에서 소음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이촌동 강변북로 부근이다. 사진은 한국일보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아파트 주변의 소음을 측정해 한강에 반영으로 나타낸 모습. 노란색은 30~40㏈A, 연두색은 40~50㏈A, 파란색은 50~60㏈A, 보라색은 60~70㏈A의 소음도를 의미한다. 류효진 기자

서울 시민 5명 중 1명은 밤 시간대 청소기 소리 수준의 극심한 도로소음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구와 영등포구, 서초구는 24시간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리는 주민이 특히 많았다. 반면 강동구와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중랑구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동네로 꼽혔다.

한국일보가 2013~2018년 서울시를 비롯한 12개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3차원 소음지도 구축사업 결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서울시민 가운데 22.3%는 밤 시간대 환경기준치를 초과한 교통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내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 주변의 고층아파트 주민이 특히 소음피해가 컸으며, 오르막길이 많은 지역도 시끄러운 동네로 꼽혔다. 소음진동관리법은 낮 65데시벨(㏈A), 밤 55㏈A을 기준으로 3㏈A 초과하거나 초과할 우려가 있으면 그 지역을 ‘교통소음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소음 저감대책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도로교통소음의 거주지별 노출량을 분석해 자체적으로 작성한 3차원 소음지도가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3차원 소음지도는 소음 발생지점과 소리가 전파되는 경로, 주변 지형을 고려해 ‘내 집’에서 느끼는 소음영향을 예측해 만든 지도로, 소음이 발생한 지역에서 단순 측정한 수치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내 집이 도로 한복판에 있는 듯... "심장이 두근거리는 고통"

환경기준치를 넘는 소음에 가장 많은 주민이 노출된 곳은 용산구다. 용산구 주민은 낮에는 34.1%, 밤에는 56.5%가 기준치를 초과한 소음을 지속적으로 견디고 있었다. 이촌동 강변북로는 밤 시간대 소음도가 80.3㏈A로 나타나 서울시내에서 소음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조사됐다. 이 정도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장애가 생길 수 있는 수준이다. 강변북로와 녹사평대로, 서빙고로, 한강대로, 한남대로 등 5개 주요도로에선 낮과 밤 모두 70㏈A을 넘는 소음이 관측됐다. 용산구 주민들이 밤낮으로 소음피해를 겪는 이유로는 오르막지형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용산구 일대를 지나는 차량이 오르막 지형을 주행할 때 평지보다 시끄러운 내연기관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밤 시간대 기준치(55㏈A)를 초과한 소음에 주민 20% 이상 노출된 지역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15개구에 달했다. 용산구(56.5%), 영등포구(54.7%), 서초구(47.2%), 양천구(43.9%), 구로구(40.8%)는 주민의 40% 이상이 교통 공해 속에 살고 있다. 강남구ㆍ강서구 주민은 10명 중 4명이, 금천구ㆍ동작구ㆍ서대문구ㆍ중구ㆍ은평구ㆍ마포구ㆍ종로구ㆍ관악구는 10명 중 2,3명이 평온한 밤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밤 시간대 기준치(55㏈A)를 초과한 소음에 주민 20% 이상 노출된 지역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15개구에 달했다. 용산구(56.5%), 영등포구(54.7%), 서초구(47.2%), 양천구(43.9%), 구로구(40.8%)는 주민의 40% 이상이 교통 공해 속에 살고 있다. 강남구ㆍ강서구 주민은 10명 중 4명이, 금천구ㆍ동작구ㆍ서대문구ㆍ중구ㆍ은평구ㆍ마포구ㆍ종로구ㆍ관악구는 10명 중 2,3명이 평온한 밤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용산구 다음으로 소음에 노출된 지역은 영등포 지역이다. 영등포구 주민 29.5%는 낮 시간에, 54.7%는 밤 시간에 환경기준치를 초과한 도로소음으로 피해를 입고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올림픽대로와 서부간선도로, 노들로, 국회대로, 영등포로, 경인로, 신길로 등에서는 환경기준치(낮 65㏈Aㆍ밤 55㏈A)를 훨씬 초과한 70㏈A 이상의 소음이 생겼다. 올림픽대로와 인접한 양평2동, 철도소음에 노출된 영등포동, 교통량이 많은 당산2동은 소음집중관리 지역으로 꼽혔다.

서초구 주민도 낮에는 5명 중 1명꼴인 20.6%가, 밤에는 절반에 가까운 47.2%가 소음피해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작대로와 반포대로, 강남대로, 사평대로, 남부순환로, 경부고속도로, 양재대로 등 서초구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가 큰길이라 70㏈A 이상의 극심한 소음피해를 입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다만 넓은 도로변의 교통소음은 소음원과 전파 경로가 뚜렷해 속도제한과 저소음포장을 적용하면 저감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이 서울시 교통소음 저감사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본동, 반포3동, 서초2동이 소음집중관리 지역으로 선정됐다.

철도소음과 도로소음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다른 자치구와 달리, 양천구는 지상구간에 철도가 없어 도로교통 소음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오르막 구간이 많지 않지만, 공항대로와 국회대로, 남부순환로, 화곡로, 등촌로, 안양천로, 신월로, 오목로 등은 교통량이 많다 보니 기준치를 초과한 70㏈A 이상의 도로소음이 생겼다. 목1동, 신정6ㆍ7동은 소음집중관리 지역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곳의 주요도로를 통행하는 버스가 많은 만큼, 연료전지버스를 도입하면 소음 저감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대문구에서는 성산로와 신촌로, 연세로, 연희로, 충정로, 통일로 등 6개 주요도로에서 24시간 기준치를 초과한 70㏈A 이상의 소음이 관측됐다. 낮에는 창천동 신촌역로가 77.5㏈A로 가장 시끄러웠고, 밤에는 대신동 성산로 주변이 가장 높은 75.0㏈A의 도로소음에 노출돼 있었다. 북아현로 주변 소음도는 53.5㏈A로 가장 낮았다.

도로소음은 '조용한 살인자'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장기간 피해가 누적되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숙면을 방해하고 학습과 작업능률을 떨어뜨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소음저감 대책은 미미하다. 한국일보가 서울시를 비롯한 12개 지방자치단체의 3차원 소음지도 구축사업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민 10명 중 2명은 기준치를 초과한 소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효진 기자

도로소음은 '조용한 살인자'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장기간 피해가 누적되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숙면을 방해하고 학습과 작업능률을 떨어뜨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소음저감 대책은 미미하다. 한국일보가 서울시를 비롯한 12개 지방자치단체의 3차원 소음지도 구축사업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민 10명 중 2명은 기준치를 초과한 소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효진 기자

중구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은 예장동 퇴계로(낮)와 장충동 동호로(밤) 인근이다. 소음도가 각각 78.9㏈A, 77.6㏈A에 달해 인근 주민들은 방음시설이 없으면 편히 지내기 어려운 수준의 소음에 노출돼있었다. 시끄러운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아 대중교통의 유입이 빈번한 탓이다. 반면 정동 덕수궁길 주변 거주지는 낮 52.4㏈A, 밤 46.5㏈A로 중구뿐 아니라 서울시내에서 밤에 가장 조용한 동네로 꼽혔다.

통일로와 수색로, 서오릉로, 연서로, 은평로, 증산로가 남북으로 뻗은 은평구에서는 49.9~75.7㏈A의 소음이 측정됐다. 주요도로 인근에선 야간 최대 소음도가 75.7㏈A를 기록한 반면 진관동 주변 거주지는 낮 57.9㏈A, 밤 49.9㏈A로 조용한 수준이었다. 주거지별 소음차가 큰 이유는 좁은 도로 일대의 주거지가 소음에 더 많이 노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음벽이나 방음터널을 설치하면 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대로변과 달리, 길이 좁으면 저감시설의 설치 자체가 어렵다.


용산>영등포>서초>양천>구로>강남

마포구에서는 현석동 신수로 인근 주민들이 24시간 높은 정도의 도로소음에 노출돼있었다. 이곳 소음도는 방음창 없이 견디기 힘든 낮 78.5㏈A, 밤 79.3㏈A에 달했다. 마포대로와 양화로, 만리재로, 증산로, 강변북로는 밤낮으로 70㏈A 이상의 소음이 지속돼 인근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전용도로 인근에 대규모 공동주택단지가 위치한 탓에 방음벽뿐 아니라 저소음포장을 통해서 소음원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종로구에서는 낮에 가장 소음도가 높은 지점으로 종로4가 일대가 꼽혔다. 종로4가 주민들이 낮 시간대 노출된 소음도(75.5㏈A)는 북적이는 지하철 실내소음(80㏈A)과 비슷한 수준이다. 종로구 주요도로인 종로와 대학로, 자하문로, 창경궁로, 통일로, 평창문화로, 진흥로는 낮과 밤에 모두 기준치를 상회한 70㏈A 이상의 소음에 노출됐다. 종로구는 산악지형이 많아 오르막에서 발생되는 내연기관 소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소음저감 방안으로는 연료전지버스를 도입하거나 저소음타이어 사용을 장려하는 방안이 적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고궁 등 문화유산이 많아 방음벽이나 방음터널과 같이 시야를 차단하는 저감시설은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동 북촌로 인근은 종로구에서 가장 조용한 곳으로 조사됐다.

관악구는 주민 10명 중 2명이 야간에 기준치를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지만, 70㏈A를 초과하는 극심한 소음피해를 겪는 주민은 10% 미만으로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적었다.

55㏈A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인구 비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55㏈A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인구 비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10명 중 2명 '청소기 소리' 들으며 잔다

소음피해가 두드러지는 때는 낮이 아니라 밤 시간대다. 낮에는 활동인구가 많아 거주지에 머무는 사람이 적은 반면, 밤에는 대체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기 때문에 '내집'에서 느끼는 소음도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낮(65㏈A)보다 밤(55㏈A)에 더 강화된 환경기준치를 적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치로 드러난 소음도를 일상에서 접하는 소리와 비교할 경우, 적막이 흐르는 방에서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나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는 20㏈A이다. 옆사람이 귀에 속삭일 때 또는 한적한 산촌 마을의 잠잠함은 30㏈A, 도서관이나 낮 시간대 주택 거실은 40㏈A 안팎이다. 통상 20~40㏈A의 음원은 쾌적한 분위기를 내며, 수면에 거의 영향이 없다.

일상의 대화소리나 백화점 내 소음은 60㏈A 정도로 장시간 노출되면 수면 장애가 시작된다. 거리에서 느끼는 소음이나 라디오 청취를 방해하는 수준의 전화벨소리가 70㏈A, 지하철 차내의 북적대는 소음은 80㏈A로, 이 같은 소음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청력장애가 생길 수 있다. 소리가 계속 나는 공장 내부가 90㏈A, 열차가 통과할 때의 철도변이 100㏈A, 자동차 경적 소음이 110㏈A 정도다.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굉음은 120㏈A이다.

서울의 경우 낮 시간대 주민 10명 중 2명 이상이 환경기준치인 65㏈A을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동네는 용산구(34.1%)와 영등포구(29.5%), 강남구, 양천구, 서초구 등 5곳으로 집계됐다. 강남구는 주민의 21.5%가, 양천구는 21.1%, 서초구는 20.6%의 주민이 청소기를 가동하는 수준의 소음(65㏈A)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서울시에서 도로교통소음 저감대책 대표적인 지역

서울시에서 도로교통소음 저감대책 대표적인 지역

밤 시간대 기준치(55㏈A)를 초과한 소음에 주민 20% 이상 노출된 지역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15개구에 달했다. 용산구(56.5%), 영등포구(54.7%), 서초구(47.2%), 양천구(43.9%), 구로구(40.8%)는 주민의 40% 이상이 교통 공해 속에 살고 있다. 강남구ㆍ강서구 주민은 10명 중 4명이, 금천구ㆍ동작구ㆍ서대문구ㆍ중구ㆍ은평구ㆍ마포구ㆍ종로구ㆍ관악구는 10명 중 2,3명이 평온한 밤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끄러운 지역의 공통점은 서울시내 주요 도로가 관통하는 동네로, 이들 지역은 단연 소음도와 노출인구가 모두 높게 나타났다. 강변북로와 인접한 광진구 자양동과 성수동, 올림픽대로와 인접한 송파구 잠실동, 내부순환도로 옆 성북구 정릉동, 동부간선도로 주변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 하계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런 곳은 고층 아파트가 많고 주요 소음원과 가깝지만, 방음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실해 소음 저감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15개구가 야간 기준치 초과

서울의 소음피해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거주인구와 교통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데다, 고층 아파트도 많아 기본적으로 소음에 취약한 구조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서울은 한 지점에 영향을 주는 소음원의 개수가 많다”며 “제한속도를 줄이는 소음저감 대책을 시행한 곳이 늘어 거주지에서 체감하는 소음도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지만, 도로소음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베를린 입체 소음지도. 누구나 온라인에서 주거지별 소음도를 확인할 수 있다. 베를린 소음지도 캡쳐

베를린 입체 소음지도. 누구나 온라인에서 주거지별 소음도를 확인할 수 있다. 베를린 소음지도 캡쳐

도로교통 소음에 시달리는 인구를 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소음의 심각성이 더 두드러진다. 유럽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은 우리보다 기준치가 10㏈A 낮은 55㏈A을 기준으로 좀더 엄격하게 소음피해를 집계한다. 유럽환경청이 최근 발간한 ‘2020 유럽 환경소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전체 인구 중 평균 20%가 환경기준을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보다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적용했는데도, 소음피해 노출인구는 서울(22.3%)보다 더 적은 셈이다. 물론 스위스(30.6%)와 스페인(24.8%) 등 건강에 해로운 수준의 소음에 노출된 국가도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양호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소음피해 인구는 독일이 7.9%, 핀란드는 8.8%에 불과했고, 스웨덴(13.2%)과 영국(14.5%)도 우리보다 강화된 기준에서도 소음에 시달리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유럽 국가들이 이처럼 교통소음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데에는 3차원 소음지도의 영향도 크다. 3차원 소음지도는 소음이 거주지에 미치는 영향을 등고선으로 구분한 뒤, 기준치를 넘은 소음이 얼마나 많은 주민에게 도달했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 소음저감 대책에 즉각 반영할 수 있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2000년부터 시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소음도를 예측해 ‘노출인구’를 산정하고 소음관리대책을 마련하는데 활용했다. 소음값이 유독 크더라도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이 적으면 노출인구가 적은 반면, 거주지가 소음원에 인접하고 인구가 많은 지역은 노출인구가 비교적 많다고 볼 수 있다. EU 주민들은 통합 소음지도 사이트에 공개된 3차원 소음지도를 통해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실시간 소음도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3차원 소음지도 구축사업은 유럽보다 10년 늦은 2010년 처음 시작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2018년 5년간 소음지도 구축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100억원에 달한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인천 울산 등 7개 광역시와 경기 성남, 남양주, 화성, 전남 광양, 여수 등 5개 기초지자단체 등 12개 지역이 대상이다. 국민 누구나 온라인에서 우리 동네 소음도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당초 환경부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소음으로 인한 민원제기가 잇따를 수 있고 집값과 관련한 분쟁 우려도 있다"며 공개를 꺼렸다. 결국 체계적인 도로소음 관리를 위해 실시된 3차원 소음지도 구축사업은 시범사업이 종료된 뒤 후속작업이 따르지 않으면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다.

3차원 입체 소음지도란

한국일보는 지방자치단체 12곳의 ‘3차원 입체 소음지도’를 입수해 국내 소음실태를 분석했다. 서울, 경기(성남ㆍ화성ㆍ남양주시), 인천, 대전, 대구, 부산, 산, 광주, 전남(여수ㆍ광양시) 등이 2013~2018년 ‘소음지도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이 아직 전국 단위로 확대되지 않았기에 소음지도가 완성된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다.

지금까지 도로변 등 소음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측정한 ‘실시간 소음도’를 기준으로 만든 ‘평면 소음지도’가 일부 공개된 적은 있다. 현재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도로 인근 특정 지점의 소음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에서 발생된 소음이 주거지에 도달하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한 ‘입체 소음지도’가 공개된 적은 없었다.

입체 소음지도는 소음원이 시간이나 계절 변화에 따라 전파되는 속도를 계산하고, 지형정보(GIS)를 통해 주거지에 도달하기까지 소리가 회절하는 정도를 추산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시끄러울수록 붉게, 조용할수록 푸르게 등고선으로 표시한다.

소음은 잠시 머무는데다 주변에 퍼지는 범위도 제한적이라, 피해규모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환경기준치(낮 65㏈Aㆍ밤 55㏈A)를 초과한 소음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노출됐는지를 보여주는 ‘노출인구’ 개념이 중요하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07년 소음지도 작성을 의무화하고, 도로와 철도소음은 물론 산업소음과 항공기소음까지 관리하고 있다.

[도움주신 분들]

환경부, 국토교통부, 국립환경과학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한국소음진동기술사회,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유지수 연구원, 공대호 변호사(감정평가사)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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