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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했던 5시간 사찰 회동… 하산해선 극한 대치 지속 왜?

입력
2020.06.27 11: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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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왼쪽부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왼쪽부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가 초반부터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개원 협상에 진전이 없던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미래통합당이 이에 반발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국의 사찰을 돌며 칩거에 들어갔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강원 고성군 화암사까지 찾아가 복귀를 설득했다. 5시간의 '화암사 회동' 후 주 원내대표가 25일 국회로 복귀하기는 했으나 더 강경한 대여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중재자 역할에 애를 쓰고 있지만 간극을 좁히기 위한 해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회의를 계속 연기하다 29일 다시 열기로 했지만 6월 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목표로 했던 민주당도 점점 초조해 지는 분위기다.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밀당과 향후 전망 등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민주당이 15일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자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시하고 여의도를 떠났죠. 당시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했나요.

연두 담쟁이(담쟁이)= 쌓인 게 터졌다고 할까요. 삼중고가 겹쳤어요. 여야 협상은 겉돌고, 여당은 '협치 못한다는 비판보다 일 못한다는 비판이 더 무섭다'는 분위기 속에서 직진하고, 야당은 원내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상황이 맞물렸죠. 사실 이 사태는 예견된 측면이 큽니다. 여야는 처음부터 국회 운영을 좌우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 직 확보를 협상의 최후 조건으로 내걸었어요. 민주당은 더는 옥상옥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법사위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통합당은 견제권을 발휘해 야당의 존재 이유를 찾을 방안이라는 이유였죠. 어쨌거나 양측 모두 만족하는 결론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어요. 176석이라는 압도적 의석 수와 여론은 민주당의 편이었고요.

오늘은 언해피핑크(언해피)= 법사위원장 단독 선출이 이뤄졌던 15일 본회의 전에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일부 의원들에게 강제배정된 상임위원 명단을 알려줬다고 해요. 의총장은 탄식과 한숨만 가득했죠.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부당함을 알린 주 원내대표는 다시 의총장으로 돌아가 “막지 못해 미안하다. 저들을 앞으로 계속 볼 수가 없다”며 원내대표 사의 의사를 밝혔어요.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놀란 의원들은 격려의 박수를 쳐보기도 하고 “왜 이러시냐”며 만류도 했지만 뜻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해요. 한 초선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마치 운 것처럼 눈가가 이상했다”고 했어요.

돌아봐=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울을 떠나 각지의 사찰을 돌면서 칩거에 들어갔죠. 굳이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닌 이유가 있나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하고 나니 막상 갈 데가 딱히 절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고 해요. 독실한 불교 신자인 주 원내대표는 전국 곳곳에 인연이 있는 스님들이 있는데, 한 절에만 머무르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아는 스님들이 계신 절로 계속 옮겨다녔다고 합니다.

언해피= 정치권에서 ‘칩거’는 단순 은둔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정국이 경색됐을 때 불리한 판을 바꾸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다음 협상을 위한 정지작업을 도모할 수도 있고, 또 거대여당의 ‘의회 폭거’ 프레임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보여요. 사실상 통합당에서 꺼낼 수 있는 패가 없는 상황에서 3차 추경 등으로 마음 급한 민주당의 양보안을 끌어내려는 전략으로도 보여요.

돌아봐= 김태년 원내대표가 결국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 강원 고성까지 찾아갔죠.

정릉 막걸리(막걸리)= 김 원내대표가 주 원내대표를 만나러 가겠다고 선언한 시점은 지난 19일입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간 원 구성 합의를 촉구하며 당초 예정됐던 본회의를 연기한 날이었죠. 그 때부터 민주당은 조계종 총무원 등을 통해 주 원내대표가 어느 사찰에 머물고 있는지 수소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계속 사찰을 옮겨 다닌 데다, 주 원내대표가 머물고 있다고 추정되는 지역의 사찰 측에서도 민주당의 확인 요청을 거부해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20일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경북 울진의 불영사까지 찾아갔다가 허탕을 친 일도 있었죠. 그러다 23일 오전쯤 조계종 총무원을 통해 ‘강원 고성 화암사에 주 원내대표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하네요. 총무원 생활을 오래 한 화암사 주지스님이 총무원에 언질을 준 결과였다는 뒷얘기도 나옵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1시쯤 고성으로 향했고, 오후 4시 45분쯤 산책 겸 근처 약수터에 갔다가 화암사로 돌아오던 주 원내대표를 만나게 된 겁니다. 민주당이 사찰 회동에 총력을 기울인 건 ‘통합당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 목적이 큽니다. 실제 민주당 관계자는 “화암사에서 주 원내대표를 만나지 못했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담쟁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화암사 회동'은 뜻밖에 화기애애했다고 해요. 물론 5시간 넘는 회동이 곧바로 전향적인 결론을 내지는 못했죠. 하지만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두 사람은 꽤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공유했다고 해요. 무엇보다 주 원내대표가 일단 칩거를 마치고 여의도로 복귀한 것 자체는 전격적인 '화암사 회동'의 효과였다는 점을 부정하기가 어렵죠.

돌아봐= 박병석 의장이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성과가 좀 있나요.

고통관 단호박식혜= 아직은요. 이견이 좁혀지지 않다보니 하루에도 2, 3번씩 민주당, 통합당 원내대표단을 만나서 얘기하고 있지만 조율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의장실 직원과 점심을 함께하면서도 “국회 정상화 방안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회법 유권해석을 두고서도 고민 중인데요. 박병석 국회의장도 연신 3차 추경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이야기했지만, 추경 처리를 위해선 18개 상임위 모두가 필요하다는 해석과 예결위원장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모두 나오고 있습니다. 추경 처리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는 점과 18개 상임위에 야당 의원을 강제배정 해야 하는 부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담쟁이=요즘 의장실 안팎에서는 언론인 출신인 박병석 의장이 '기자 시절보다 취재를 더 열심히 한다'는 말도 유행입니다. 여야 대치가 길어지자 현 상황을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지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다양한 여야 정치인, 언론인 등의 의견을 모두 직접 듣는다고 해요. 여야 중진 의원은 거의 빠짐 없이 최근 박 의장의 직통 전화를 받았다고 보면 될 정도라고 해요.

돌아봐= 21대 국회 시작부터 여야의 대치 정국이 길어지면서 4년 내내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느냐는 걱정들이 있죠.

찍고= 통합당이 "여당 마음대로 다 하라"고 선포한 대신 "우리도 법대로 하겠다"는 기조를 세운 만큼 법안, 예산 등에 대해 일일이 현미경 심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는 상임위 소위에서 여야 의원들끼리 합의하면 상임위와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에서 다른 의원들이 따로 들여다보지 않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것부터 바꿔 '원칙대로' 전 과정에서 꼼꼼한 심사를 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이 현실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담쟁이= 국민들은 '발목잡기'가 극에 달했던 20대 국회 내내 협치는 고사하고, 책상 앞에 마주 앉기조차 어려웠던 여야의 모습을 보며 지칠대로 지쳤잖아요. 성의 있게 마주 앉기만 한다면, '일하는 국회'를 대전제로 놓고 의정에 임한다면, 누구의 대안이 더 옳으냐를 놓고 치열하게 '대안 경쟁'을 하는 모습만 된다면 아무리 서로 날을 세워 대치를 하더라도 일단은 박수를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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