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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냐 결과냐… 취업난이 부른 ‘공정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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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냐 결과냐… 취업난이 부른 ‘공정 전쟁’

입력
2020.06.27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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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 “최소한의 시험은 거쳐야”?
여당 “비정규직 차별이 불공정”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이 25일 청와대 앞에서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을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사 합의를 무시한 불공정 졸속 추진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이 25일 청와대 앞에서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을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사 합의를 무시한 불공정 졸속 추진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과정이냐, 결과냐.’

일자리를 놓고 을(乙)들이 싸우고 있다. ‘공정성’이 쟁점이다. 일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청년층의 분노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결과의 공정성을 가로막는 형국이다. 결국 악화일로의 취업난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안 검색 직원 1,900여명을 청원 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한다는 인천공항 방침에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건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다. 기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인 만큼 취준생의 일자리와는 무관하다는 청와대 해명은 소용없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26)씨는 26일 “인천공항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ㆍ컴퓨터활용능력시험 최고 등급과 토익(영어 능력 시험) 최고점, 상위권 대학 및 학점 등을 갖춰야 할 정도로 입사하기 힘든 ‘신의 직장’”이라며 “정규직이 되려는 취준생 전부가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마당에 정규직 전환이라는 다른 규칙이 돌연 생기면 그간 우리 노력은 뭐가 되냐”고 반문했다.

필요한 절차를 거칠 거라는 인천공항 측 설명에도 능력 검증이 누락됐다는 불만 역시 크다. 취준생 김모(29)씨는 “보안 검색 요원 중 정규직이 되고 싶은 이들이 자기소개서 등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최소한의 시험 절차를 거치기만 했어도 이 정도의 불만은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준생 정모(28)씨는 “1,900명이라는 대규모라면 취준생들도 정규직 전환 직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까지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야당은 여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은 “취직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거나 “문 대통령에게서 정규직 전환 약속을 들은 입사자에게만 로또 취업 행운이 주어졌다”(하태경 의원)는 주장을 내놨다.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진화에 나선 여당은 '노동 시장 불공정 해소'를 역설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필기 시험에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며 “문제의 본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라고 주장했다. 앞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다 “오늘도 일터에서 차별에 시달리는 '장그래'와 '구의역 김군'에게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 방향을 "일자리의 정상화”라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에 비해 차별받는 비정규직을 줄이는 게 더 공정하다는 얘기다.

이런 을들의 ‘제 살 깎아먹기’는 왜 벌어졌을까. 일단 공감대를 충분히 넓히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구직난이 심한 상황에  예민해진 청년 세대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갈수록 줄어드는 고용 시장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실업에 코로나19 위기까지 포개지면서 이전투구가 벌어질 토양이 만들어졌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같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김정원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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