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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폭행 없었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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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폭행 없었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입력
2020.07.0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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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뉴시스)

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뉴시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밝혀지게 돼 있어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몇 해간 몸을 담았던 A씨는 분통이 터진다. 고(故) 최숙현 선수는 물론 자신에게도 폭언과 폭행, 이간질을 일삼던 사람들이 이제 와 '나는 그런 적 없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통에 팀과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일명 '팀 닥터(운동처방사)'에게만 비판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A씨는 4일 한국일보에 "가해자들이 가해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하늘이 그들 눈에만 가려지지 진짜 가려지는 게 아니잖냐"라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A씨는 "그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결국 밝혀지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A씨에 따르면 경주시청 김 모 감독은 선수들에게 수차례 폭행을 한 전력이 있다. A씨는 "감독은 운동을 하다가 자기가 원하는 기록이 나오지 않으면, 선수를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며 "병원에서도 골절 의심이 된다 했고, 피해 선수 역시 숨쉬기는 물론 팔을 옮기기도 어려워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전엔 남녀 구분을 지어 때렸는데, 내가 팀을 나온 이후부터는 더 심해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세 선배인 B씨의 문제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B선수는 경주시청팀에 '맏이' 격인 선수로, 팀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다. 최 선수 역시 B씨가 가혹행위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B씨는 주로 자신의 의견에 토를 달거나 자신과 뜻이 맞지 않은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의 행동거지에서 꼬투리를 잡고 이를 부풀려 감독 귀에 닿게 만든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를테면 후배가 훈련 때 필요한 용품을 실수로 빼먹으면, '얘가 (군기가) 빠졌네' '운동을 하겠다는 거냐 안 하겠다는 거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다닌다"며 "결국 감독에게도 '얘가 운동할 마음이 없다'라는 식으로 일러바친다"고 했다.

김 감독은 B선수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고, 진상 파악을 위해 소문의 당사자를 추궁한다. 이때 김 감독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폭언을 쏟아붓는 탓에, 제대로 된 해명조차 못 한다.  A씨는 "감독과 B선수가 오래 본 사이라 신뢰관계가 두텁다"며 "이미 B선수의 이야기로 선입견을 품게 된 감독이 억압적인 태도로 당사자를 대하는 통에, 해당 선수는 무서워서 말을 잘못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이번 경주시체육회로부터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B씨가 혐의를 극구 부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직무 정지 통보를 받은 김 감독 역시 혐의를 인정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팀 닥터 C씨의 횡포를 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후속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무 정지' 징계를 받았다. 즉 이번 사건으로 인사위원회에 갔던 인물 중 '폭행'이나 '가혹행위'의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아직 없는 셈이다.

최숙현 선수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연합뉴스)

최숙현 선수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연합뉴스)

그는 정작 비판의 화살이 쏠리고 있는 팀 닥터 C씨의 폭행이나 폭언에 대한 기억은 없다. A씨는 "그가 팀에 올 당시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팀 닥터가 올 거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내가 있을 땐 팀 닥터가 폭언도 폭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닥터가 가혹행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며 "이 역시 내가 팀을 나온 이후 사태가 심각해진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최 선수가 고충을 토로하던 때가 생생하다. 그는 “(최 선수와) 꽤 친했음에도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숙현이가 4~5월에 너무 힘들다고 연락이 왔었다”며 “나와 (가혹행위를 당했단) 공감대가 있다는 점도 고충을 토로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경주=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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