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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닥터, 잘 챙겨줘 따랐는데 껴안고 귀 깨물며 지속적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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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팀 닥터, 잘 챙겨줘 따랐는데 껴안고 귀 깨물며 지속적 성추행"

입력
2020.07.10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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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전 선수 A씨 "폐쇄적 팀 분위기서 말도 못 해"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와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운동처방사 안모씨가 살았던 경북 경산의 원룸. 같은 모양의 A(오른쪽)동과 B동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경산=뉴스1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와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운동처방사 안모씨가 살았던 경북 경산의 원룸. 같은 모양의 A(오른쪽)동과 B동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경산=뉴스1

“귀 깨물고 껴안고 뽀뽀해달라고 하고... 강도가 점점 세졌어요.”

고(故) 최숙현 선수에 대한 폭행을 시인한 ‘팀 닥터’(운동처방사) 안모씨의 ‘괴이한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씨는 선수와 친해진 뒤엔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20세를 갓 넘긴 여자 선수들은 팀 내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와 두려움 때문에 그의 이상한 행동에 항의도 못한 채 묵묵히 견뎌내야 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소속으로 활동했던 A씨는 9일 한국일보에 안씨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밝혔다. A씨는 “유독 (팀 닥터가) 나한테만 그런 것 같다”며 “아빠 뻘 되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해 참기 힘들었지만 말할 데가 없어 얘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현재 운동을 그만둔 상태다.

안씨는 친분을 쌓은 뒤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친하게 지내게 된 뒤부터 하나 둘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 A씨에게도 그랬다. A씨는 “처음에 잘 챙겨줬던 기억이 있어서 따르곤 했다. 그런데 막 친해지고 나서부터 이상한 요구가 시작됐다”고 했다.

안씨는 A씨가 혼자 있을 때 방으로 찾아와 집요하게 치근댔다. A씨는 “방에 와서 자신의 허리나 엉덩이, 등을 마사지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그가 입에 뽀뽀를 해달라 강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다른 선수들도 있는 데서 껴안고, 귀를 깨물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씨가 치료를 위해 마사지를 받을 때도 불쾌한 손길은 계속됐다. A씨는 "마사지를 하면서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대기 일쑤였다"고 했다. 경주시청에 몸을 담았던 B 선수 역시 안씨에게 마사지를 받으면서 성추행을 당했다. B씨는 "허리 부상 때문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허리를 만지다 치료 목적이라며 가슴을 만졌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안씨는 A씨를 향해 '오빠라고 불러라' '내 애인하자' '손 좀 잡자'며 치근거렸다.

기분이 나빠도 어디에 말할 수가 없었다. 팀 분위기가 폐쇄적이라 고발의 효과가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팀 전체적으로 무슨 일이 생겨 문제를 제기하면 처음엔 들어주는 듯 하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 끝나고, 결국 말한 사람만 바보가 되고 만다"고 했다. 또 팀 닥터가 두려워 그의 만행을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A씨는 "솔직히 덩치 큰 그가 무서웠다. 저항을 하면 더 무섭게 나올 것 같아 억지로 참아내기도 했다"며 울먹였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이 8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성웅 기자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이 8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성웅 기자

경주시체육회는 지난 8일 안씨를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고발했다. 시체육회는 지난 5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로부터 안씨가 성추행했다거나 폭행했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 시체육회는 이런 진술을 바탕으로 최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안씨에 대해 성추행과 다른 선수 폭행 등 혐의를 추가 수사해달라고 고발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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