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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홍콩 특별대우 끝내겠다"... 행정명령ㆍ제재법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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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홍콩 특별대우 끝내겠다"... 행정명령ㆍ제재법 서명

입력
2020.07.15 08:53
수정
2020.07.15 17: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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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보복 조치... "많은 주민 홍콩 떠날 것"
"코로나 중국 바이러스"... 미중 갈등 전방위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마침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과 초당적으로 의회를 통과한 홍콩제재법에 각각 서명했다.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따라 공언했던 홍콩 제재를 완성하는 의미로 미중 간 신(新)냉전 고착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 행정부는 전날엔 중국 기업들의 미 증시 추가 상장을 불허하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 중국 포위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혜도, 특별한 경제적 대우도 없고 민감한 기술 수출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 시민들을 억압하는 조치들에 대한 징벌 차원에서 우대를 끝내는 것”이라고 말해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선 보복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행정명령 서명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앞서 5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 처리를 강행하자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시 “중국은 (홍콩 반환 시) 약속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하면서 자치권 보장 약속을 어겼다”고 특혜 박탈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을 옥죄는 여러 실무 조치를 착착 진행했다. 지난달 말 홍콩에 수출 허가 예외를 주는 특혜 규정이 중단됐고, 국방물자 수출 및 첨단제품 접근도 제한됐다. 미 의회도 초당적 협력을 통해 홍콩 제재 법안을 지난 1,2일 하원과 상원에서 잇따라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홍콩보안법을 시행하는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홍콩 자치권 침해를 돕는 단체 및 그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 역시 제재를 받게 된다.

미ㆍ홍콩간 사법교류도 사실상 끊긴다. 행정명령은 홍콩과 ‘범죄인인도협정’을 중단하고, 양국간 수형자 이송에 관한 협정을 파기하도록 했다.

홍콩 시민들의 탈(脫)홍콩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명령에는 홍콩 거주자를 위한 난민 수요 규모를 ‘재할당’하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중국의 박해를 피해 미국 이주를 원하는 경우 망명으로 간주해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영국, 호주 등이 홍콩을 떠나는 주민들을 수용하는 법률적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유가 박탈된 홍콩 시민들이 인권 위기 속에서 자국을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정명령 발효로 홍콩은 이제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근거로 관세나 투자ㆍ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을 본토와 다르게 대우해 왔다. 낮은 무역 관세가 대표적인데 홍콩은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는 책임론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이날 코로나19를 ‘중국 역병’ ‘중국 바이러스’로 지칭하면서 “내 생각엔 중국이 세계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킨 것 같다. 여러분은 (바이러스를) 부를 수 있다. 20가지의 다른 이름이 있다”고 중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또 영국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 장비를 2027년까지 전면 퇴출하기로 한 것과 관련, “나는 많은 나라에 화웨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득해왔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통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당분간 중국 지도부와 갈등 완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극적인 타협 여지는 남아 있다. 현재 홍콩에는 미국계 기업 1,300여개가 상주하고 있어 양국간 경제교류 감소가 미국에 미치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2018년 기준 홍콩과의 무역에서 310억1,000달러(37조1,25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는 2016년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 스캔들’ 관련해 부과한 강제 제재 조치도 몇 년 간 이행하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홍콩 제재의 완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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