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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전한데…숙박하며 술모임 가진 최고위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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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19 여전한데…숙박하며 술모임 가진 최고위과정

입력
2020.07.16 01:00
수정
2020.07.17 13:3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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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일 인천 호텔서 고대 최고경영자과정
불필요한 모임 자제 권고 무시, 120여명 모임
마스크 미착용한 채 합창, 막걸리사발식도?
전문가 "친목행사를 1박2일이나..비난 받아 마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우 120명 안팎이 대형 연회장을 빌려 1박 2일간 술자리가 포함된 집단행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집단감염 확산으로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연일 모임 자제를 권고하고 국민 대다수도 인내하며 동참하는 와중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불필요한 친목 모임을 가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Executive MBA) 측은 지난 10일부터 1박2일에 걸쳐 인천의 한 대형 호텔 연회장에서 120여명이 모이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로 미뤘던 연초 행사를 방역 수위가 낮아진 틈을 타 진행한 것이다.

최고경영자과정은 학문 연구가 기본인 일반 대학원과 달리 기업이 직원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학비를 지원하는 비정규과정이다. 고려대 EMBA 역시 10년 이상 직장을 다니는 중역이나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원우'라는 이름으로 동문이 된다. 대학에는 또 다른 수입원이고, 원우들에겐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곳으로 통한다.

이번 행사도 친목 모임이다. EMBA 17~18기 80여명에 원우회 회원 4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시기에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지만, 일부 원우들이 "감염되면 책임지겠다"며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서는 120여명이 한 데 모여 △술을 그릇에 가득 담아 한 번에 마시는 막걸리 사발식을 한 데 이어 △어깨동무를 한 채 고대응원 춤을 췄고 △합창도 했다. 주요 행사를 마친 뒤에는 각 테이블에서 와인과 맥주 등이 오가는 술판이 벌어졌고, 아예 호텔 밖으로 나가 인근 술집에서 뒷풀이를 이어가기도 했다.

방역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실내 합창과 술 자리가 진행됐다. 이번 행사를 목격한 한 시민은 "호텔 측에서 주최 측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행사를 진행해달라 계속 요구했지만 참석자 중 일부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이긴 하지만, 수도권에서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고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한 행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꼭 필요한 모임에 한해 가급적 짧은 시간 동안만 진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친목행사를 1박2일에 걸쳐 진행한 건 비난 받아 마땅하다"며 "혹시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회적ㆍ경제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방역당국은 1단계에서 2m 이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집합·모임·행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꼭 필요한 행사가 아니라면 자제해달라고 누차 권고해왔다. 또 연수나 학술행사의 경우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오프라인으로 해야 할 경우 숙박은 자제해줄 것을 강조해왔다. 이날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내 환자 발생이 감소하고 있으나 지금 좀 더 확실히 감염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임 자제 등을 재차 강조했다.

고려대 측은 "대학원 공식 오리엔테이션은 3월에 온라인으로 이미 진행했고, 이번에는 원우회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실제 행사 공지와 내용, 참석여부 등은 모두 고려대 측에서 도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는 대학 측 행사 담당자와 담당 교수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 유행이 여전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모임이 이어지는 데 대해 공분이 일고 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지난달 걸그룹을 초청해 춤판 워크숍을 벌여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면서 소공연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지만 노동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회장 사퇴 촉구운동이 일고 있다. 비영리사단법인인 충북경제포럼도 지난달 말 160여명이 참가하는 골프대회를 열고 시상식과 만찬을 강행해 비난을 샀다. 당시 참석자 일부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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