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부총리 자문단 영입에도 직접 나서
최대주주ㆍ고문 역할하며 김재현 '후광' 역할
양호 "펀드 사기와는 무관... 경영 관여 안 해"
수천억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펀드 사기를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김재현(50)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의 ‘금융권 인맥 쌓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키맨’은 양호(77) 전 나라은행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두 차례나 지낸 이헌재 전 부총리가 옵티머스 자문단에 합류하는 과정에도 양 전 행장이 직접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 주로 야당이 제기하는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양 전 행장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옵티머스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 설명을 종합하면, 김 대표가 2017년 이혁진(53) 전 대표를 밀어내고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는 과정의 주요 고비마다 양 전 행장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전직 고위 임원 A씨는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의 만남에 동석했을 때, 양 전 행장이 ‘최근 옵티머스 자문을 맡고 있다. 김재현이라는 건실한 청년이 운영하는 회사다’라면서 이 전 부총리에게 옵티머스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총리는 양 전 행장을 통해서 (옵티머스에) 연결된 게 분명하다”며 “양 전 행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김 대표가 혼자서 금융권 인맥에 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경영권 분쟁 당시, 양 전 행장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전 대표를 대리한 변호인은 “김 대표가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양호=최대주주’라는 구도가 짜여 있었고, 그에 따라 주식 수를 줄이는 감자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양 전 행장은 뉴욕은행 한국지사장,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한인은행인 나라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국제금융업계뿐 아니라 국내 인맥도 두터우며, 이 전 부총리와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옵티머스는 이 전 부총리뿐 아니라,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포함된 ‘호화자문단’을 꾸렸는데,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도 양 전 행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전 행장은 김 대표가 2017년 6월 옵티머스 대표로 취임한 지 3개월 뒤 사내이사 및 상근 회장직을 맡았다. 그리고는 옵티머스 주식 14.9%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본보가 입수한 양 전 행장의 투자확약서를 보면, 그는 2017년 8월 감자(減資) 완료 조건으로 20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옵티머스와 맺었다. 투자 조건으로는 △주주총회를 통한 감자 결의 △금융감독기관의 감자 승인 완료 △금융감독기관의 대주주 변경 승인 완료 등을 요구했다.
실제로 이후 20대 1의 감자가 이뤄졌고, 2018년 7월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최대주주를 이 전 대표에서 양 전 행장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김 대표의 경영권 확보 이후에도 양 전 행장이 도움을 줬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그의 존재가 최소한 ‘후광’ 역할은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양 전 행장은 “나는 검찰 수사 중인 펀드 사기와는 무관하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논란이 된 펀드 사건은 2019년 중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안다”면서 “나는 2018년 5월 이사직을 사임한 뒤, 비상근 고문으로만 일하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주주 변경을 요구한 투자확약서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고 날인한 기억이 없다”면서 “서명은 내 것이 맞지만, 서류에 주민등록번호나 날짜 등이 없는 걸로 볼 때 위조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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