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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을 압수수색 영장처럼 사용... 검찰의 구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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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체포영장을 압수수색 영장처럼 사용... 검찰의 구태 수사?

입력
2020.07.22 04:30
수정
2020.07.22 09: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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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지방선거 개입 의혹 관련 뇌물 수사 중
체포 현장서 직접 관련성 낮은 제3자 통장도 압수
법원 "적법 수집한 증거로는..." 구속영장 기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청와대 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 캠프 내에서 벌어진 금전 거래를 살펴보던 중,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마치 별도 혐의 수사 용도의 압수수색 영장처럼 사용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 시장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모(65)씨와 울산 중고차 거래업체 대표 장모(62)씨를 각각 체포하면서 현장(사무실)에 있던 물품 대부분도 함께 압수해 갔다. 김씨 동생과 장씨 간의 올해 4월 3,000만원 거래내역 등이 기재된 김씨 동생의 통장도 그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 캠프 자금 내역을 살피던 중, 장씨 주변 인물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뇌물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오래 전부터 사업장 용도변경 민원을 제기한 장씨가 선거 전후, 김씨를 통해 송 시장에게 뇌물 5,000만여원을 제공하려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그러나 김씨와 장씨가 수사팀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검찰은 이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문제는 두 사람의 체포영장에 기재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는 직접 관련성이 낮은 물품도 압수물 목록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씨 동생의 통장이 대표적인데, 검찰은 이틀 뒤 김씨와 장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씨 동생과 장씨의 3,000만원 거래내역을 김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 ‘별도 영장 없이 체포영장을 통해 사실상 압수수색을 한 게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실제로 김씨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로는 구속할 만큼 피의사실이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로는'이라는 표현을 두고 궁금증이 일었는데, 이런 정황상 그 배경에는 ‘압수물의 증거 능력’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형사소송법상 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가능하다. 검찰이 위법한 증거 수집을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다만 이때 압수할 수 있는 건 ‘체포의 원인이 되는 범죄사실 관련 증거물’에 한정된다. 따라서 검찰이 영장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광범위한 증거물을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면 “구태를 못 벗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3,000만원 거래내역 등은) 캠프 운영 자금 조달과 관련한 수사 연장선에서 금전 거래 정황이 포착됐던 당사자 사이의 또 다른 거래 정황이 있기에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재판 때까지는 계속해서 증거능력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입증이 까다로운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고 검찰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적법 절차를 엄격하게 지키자는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 그간의 관행과 수사 기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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