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국회의원들에게 도착한 엄마의 편지... "청년들 희생 없게 수술실에 꼭 CCTV를"

알림

국회의원들에게 도착한 엄마의 편지... "청년들 희생 없게 수술실에 꼭 CCTV를"

입력
2020.07.26 10:09
수정
2020.07.26 10:53
0 0

성형외과 '공장식 수술'에 아들 잃은 이나금씨
"CCTV 없었다면 묻혔을 사건… 설치 의무화를"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가 올해 2월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 납득할 수 없는 검찰 수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가 올해 2월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 납득할 수 없는 검찰 수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수술실 폐쇄회로(CC)TV는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아주 조금이나마 정의롭게 균형을 맞추려는 첫걸음입니다."

한때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고(故) 권대희의 유가족 엄마 이나금 올림

23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도착한 편지의 한 구절이다. 2016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당시 25세)씨의 어머니 이나금(60)씨는 '수술실 CC(폐쇄회로) TV설치 의무화'의 법제화를 위해 직접 국회에 절박한 심정을 담아 글을 띄웠다.

이씨는 편지에서 "'권대희 사건'은 의사들의 과실, 만행이 CCTV 영상에 드러나면서 수술실 CCTV의 필요성과 법제화 논의를 촉발시켰다"며 "수술실 CCTV가 없었더라면 밝혀지지 않았을 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의 설명대로 수술 당시 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살핀 끝에 가족들은 권씨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됐다. 집도의인 원장은 동시에 3명을 수술하는 '공장식 수술'을 진행했고, 원장의 빈 자리는 이름도 모르는 20대 신입 의사가 채웠다. 출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수혈 한 번 없이 바닥에 떨어진 피만 밀대로 닦았다. 이씨는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워 피를 흘리는 아들의 모습이 담긴 7시간30분짜리 CCTV영상을 500번 이상 돌려보며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권대희법, 수혜자는 청년과 청소년들"

고 권대희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전 수술실에서 방치된 CCTV 모습. 법원은 "수술 중 바닥으로 피가 줄줄 흐르는 장면이 관찰되는 등 대량출혈을 유발시킨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원장이 다른 수술을 한다며 나가버렸고, 다른 의사는 지혈 조치를 간호조무사에게 맡기고 수시로 수술실을 비웠다"고 판단했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고 권대희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전 수술실에서 방치된 CCTV 모습. 법원은 "수술 중 바닥으로 피가 줄줄 흐르는 장면이 관찰되는 등 대량출혈을 유발시킨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원장이 다른 수술을 한다며 나가버렸고, 다른 의사는 지혈 조치를 간호조무사에게 맡기고 수시로 수술실을 비웠다"고 판단했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대희씨의 죽음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공론화되면서 관련 법안은 이른바 '권대희법'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부터 4년여가 흐른 이날까지도 아직도 권대희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씨는 "수술실은 밀실이라 마취된 환자의 인권을 확인할 수가 없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장식 유령 수술과 동시수술, 무면허 의료 행위, 성범죄, 등이 대한민국에서만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제 아들 대희는 '14년 무사고 자부심, 병원 내 모든 수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대표 원장'이라는 광고를 보고 차가운 수술대에 누웠다"라며 "그러나 CCTV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모두 사실과 다른, 거짓된 허위 과장 광고였다"고 했다. 그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대희는 세상을 떠났다"며 "다행히 권대희 사건은 수술실 CCTV가 있어 다투어보기라도 하지만 만약 CCTV가 없었더라면 그나마 증거가 없어 이미 무죄로 사건이 종결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희생의 대상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인 청년, 청소년들이며 수술실 CCTV 법안을 통한 가장 큰 수혜자도 바로 청년과 청소년"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재명도 의원들에게 "수술실 CCTV에 관심을" 편지 보내

이재명 경기지사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1년 소부장 기술독립 실현! 소부장 육성방안 경기도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1년 소부장 기술독립 실현! 소부장 육성방안 경기도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CCTV를 설치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술실에서 소극적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의료계의 반발로 공전하는 권대희법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관심을 가져 달라며 국회의원 300명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다시 주목 받았다. 지난해 10월 편도 제거 수술을 받다 사망했으나 CCTV가 없어 수술 과정을 확인할 수 없게 된 5살 아이의 사연도 도화선이 됐다.

최근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씨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2016년 사고 이후 5년째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해온 어머니의 절실한 마음이 담긴 편지"라고 했다. 김 의원은 틈나는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비롯해 민주당과 야당 의원들에게 이씨의 편지를 전달했다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의원님들과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씨는 편지에서 "거짓 허위 과장 광고로 성형 소비자들을 유혹하여 차가운 수술대에 눕혀 분업화된 공장식 유령수술로 더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있을 것"이라고 애달픈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하루빨리 법제화가 되어 안전한 수술실에서 국민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리기 위해 이 글을 의원님께 올린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