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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탄 벤츠 운반선, 2년째 경북 포항에 녹슨 채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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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은 방탄 벤츠 운반선, 2년째 경북 포항에 녹슨 채 묶여있다

입력
2020.07.27 17:15
수정
2020.07.27 17: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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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유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장기간 수사 ?
고철업자에 매각됐지만 억류돼 비용 '눈덩이'

김정은의 방탄 벤츠를 수송해 세간의 화제가 된 토고 국적 화물선 'DN5505(1,999톤)호'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 부두에 2년 째 억류돼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김정은의 방탄 벤츠를 수송해 세간의 화제가 된 토고 국적 화물선 'DN5505(1,999톤)호'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 부두에 2년 째 억류돼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급 방탄 벤츠를 운송한 화물선 'DN5505호'가 유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2년째 경북 포항지방해양수산청(포항해수청) 부두에 억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DN5505호는 부산지역의 한 고철업자 손에 넘어갔지만, 해경이 1년6개월이 넘도록 수사를 마무리 짓지 않아 선박 보관료 등 부대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7일 오전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구항에는 잔뜩 녹이 슨 대형 화물선 한 척이 포항해수청 선석에 굵은 밧줄로 묶여 있었다. DN5505호라 적힌 이 배는 지난해 7월 포항지역 철강업체 원료부두인 남구 송정동 포항신항에서 여객선과 행정선이 드나드는 포항구항으로 옮겨졌다. 같은 해 2월 포항신항으로 들어왔다가 북한산 석탄 3,217톤을 반입한 혐의로 억류된 뒤 신항을 이용하는 화물선박들의 항의로 포항구항에 묶였다.

DN5505호 이전에도 북한산 석탄을 국내 반입해 억류된 선박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길이 84m, 너비 13m, 총 톤수 1,999톤급의 이 배는 특이한 이력 탓에 더 오래 묶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등에서 탔던 최고급 방탄 벤츠를 수송한 화물선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북한 경호원들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북측으로 복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의 차량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 경호원들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북측으로 복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의 차량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7월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 선진국방연구센터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탄 벤츠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출발, 중국 다롄, 일본 오사카와 한국 부산항을 거쳐 러시아 나홋카항까지 배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마지막 부산항을 떠난 배가 DN5505호로, 항구를 빠져 나가면서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껐다.

김 위원장의 방탄 벤츠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기종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로, 대당 가격이 6억원이 넘는다.

석연찮은 점은 이뿐만 아니다. 토고 국적의 화물선이지만 선주는 '도영시핑'이라는 중국이름의 회사이면서, 대표는 러시아인이다. 도영시핑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됐던 파나마 선적 화물선 '카트린호'를 소유했던 전력이 있다.

지난해 4월 유기준 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DN5505호가 2018년 11월에도 국내로 석탄 2,588톤을 반입했고, 앞서 2017년 1월에는 '시앙진(Xiang Jin)'이라는 배 이름까지 DN5505호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방탄 벤츠를 수송해 세간의 화제가 된 토고 국적 화물선 'DN5505(1,999톤)호'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 부두에 2년 째 억류돼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김정은의 방탄 벤츠를 수송해 세간의 화제가 된 토고 국적 화물선 'DN5505(1,999톤)호'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 부두에 2년 째 억류돼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DN5505호는 운항재개가 어려운 상태다. 1987년 1월1일 건조돼 올해로 선령이 33년을 넘겼고, 오랜 기간 멈춰 엔진도 고장 났다. 입항 당시 승선원 9명 가운데 러시아 국적의 한인 교포 1명 외에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6월 부산지역 고철선박 전문처리업체가 19만달러(약 2억원)를 주고 인수하기로 했지만, 해경 수사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고철업체는 보관료에다 포항구항으로 옮기는데 3,000만원이 드는 등 부대비용이 늘자 골치를 앓고 있다.

고철업체 관계자는 "엔진이 고장 나 바닥에 닻도 내리지 못했는데 혹 강풍으로 배가 떠내려가 2차 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폐유라도 흘러 나오면 수억 원이 들 텐데 누가 책임질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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