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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달러 넘보는 금, 그 뒤엔 '꺼지는 달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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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달러 넘보는 금, 그 뒤엔 '꺼지는 달러'가 있다

입력
2020.07.29 01: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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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사에서 직원이 유압 기계 앞에서 미니 골드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사에서 직원이 유압 기계 앞에서 미니 골드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국제금값이 1온스당 2,000달러선까지 넘보고 있다. 은과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금속 가격도 오르고, 한편에선 '디지털 골드'로 불리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도 1만달러를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 자산가격의 불쏘시개는 미국 달러화다. 이들을 거래할 때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약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자산 가격이 일대 요동을 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 은, 구리… 무차별 상승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8월 전달분 금 가격이 1트로이온스당 1,931달러를 기록해 지난 2011년 9월에 기록한 장중 최고가를 넘어섰다. 현물을 거래하는 국내 KRX금시장에서도 금값은 1g당 8만100원으로 거래를 마쳐 5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른 금속도 동반 상승세다. 은은 이날 9월 전달분 기준으로 온스당 24.5달러까지 올랐다. 구리는 9월 전달분이 지난 13일 1파운드당 2.95달러까지 오르면서 15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2.9달러선에서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월 저점 대비 40% 가까이 높다.

금은 안전자산의 대표 주자다. 반면 구리는 특히 제조업과 기반시설 투자에 두루 사용되는 원자재다. 구리 가격은 실물경제에 선행한다고 해 '닥터 코퍼(구리박사)'라는 별칭도 있다. 은은 금처럼 귀금속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전기차 등에는 재료로 쓰여 산업재의 성격도 있다. 결국 성격이 다른 두 자산군이 요즘엔 동시에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킹 달러'에서 '휴지 달러'로

이런 현상의 공통 분모는 국제 금융시장 표준 화폐인 달러의 가치 하락이다.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원자재는 달러 표시 자산이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이 오른다. '디지털 골드'라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도 치솟아 28일 현재 1비트코인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 역시 달러 약세의 영향이라는 시선이 많다.

실제 27일 세계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지수(달러인덱스)는 93.67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8년 7월 이후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모두가 달러를 찾던 올해 3월 달러지수는 102.82(3월 20일)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런데 '현금(달러)이 왕(Cash is King)'이던 시절이 불과 4개월만에 '현금은 휴지(Cash is Trash)'로 뒤집혔다. 최근 달러 가치 하락 배경으로는 미국의 상대적인 경기회복 속도 둔화가 우선 거론된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지난 20일 코로나19 충격에 맞서 7,500억유로 규모 회복기금 도입에 합의하면서 유로화 가치가 치솟자 자연히 그 반대편에 선 달러지수가 떨어지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 속에 미국이 달러를 폭발적으로 풀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의 요인이다. 국제투자은행 JP모건은 주요 4개 중앙은행(미국 연방준비제도,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영국 영란은행)의 보유 자산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6조달러 불어났다고 추산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3조달러는 연준이 보유하고 있다. 자산을 늘려 그만큼 돈을 풀었다는 의미다. 이에 초저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로 추정되고 있다.

달러 약세는 신흥국 시장에 속하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외국인 투자금 유입 요인으로 작용해 호재다. 다만 원화 가치는 최근 달러 약세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달러화 약세는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귀금속의 가격을 모두 끌어올린다"면서도 "지난 2년간 원화는 달러화가 1% 약해질 때 0.1%의 강세를 보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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