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ㆍ25전쟁 승전(정전협정) 67주년을 기념하는 6차 노병대회가 '노 마스크'로 치러졌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한 사진을 보면 27일 평양에서 열린 노병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노병 등 수천명에 달하는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김 위원장을 향해 박수를 치며 환호성까지 질렀다.
북한은 최근 탈북자의 재입북 사례를 거론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최대비상체제'를 발령한 바 있는데, 최고지도자가 참석한 대규모 실내 행사에서 방역 수칙이 무시된 것이다. 더구나 수일 전 북한 전역에서 평양으로 '수송'된 노병들이 그 동안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해 왔기에 이날의 '노 마스크' 행사는 더욱 의아하다.
북 매체들은 지난 26일부터 항공기 편으로 순안공항에 도착한 노병들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단 군복 차림의 노병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평양의과대학병원과 참전열사묘 등을 방문하는 사진 속에서 단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심지어 임시 숙소에서 전우들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도 이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이 같은 장면들은 주민들에게 국가 방역조치의 강화를 알리고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온 노병들이 유독 노병대회에서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은 그 동안 한 차례도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김 위원장의 행보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각종 회의를 주재하거나 현지 지도를 할 때 마스크를 전혀 쓰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받는 인력들은 마스크를 쓰는 데 반해 평양 내 수뇌부 회의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 이번 노병대회에서도 김 위원장뿐 아니라 군 및 당 간부들 또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아니,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으로도 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상황 관리가 불명확한 지방 시찰은 그렇다치고, 평양 내 김 위원장 참석 행사에서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최고지도자와 만날때 갖추는 북한의 특수한 예절과 문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에서는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인사를 만나거나 지도를 받을 때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는 것 자체가 예의에 벗어나는 개념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대면 접촉 시 마스크 착용이 기본 예절인 우리와는 정 반대인 셈이다.
홍 실장은 그에 덧붙여, "북한의 문화를 감안할 때 노병대회에 참가한 노병들은 최고지도자를 만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고, 그 때문에 이 같은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어찌 됐든, 주민들에게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나라 앞에 죄를 짓게 된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층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황당한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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