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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데려다주는 마음으로"...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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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데려다주는 마음으로"...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만나다

입력
2020.08.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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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가봤다]심야시간 여성 안심귀가서비스
딸 가진 엄마 마음으로…"짧은 거리라도 언제나 환영"
존재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 주는 효과


지난달 15일 낙성대 지구대 소속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스카우터들이 청룡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지난달 15일 낙성대 지구대 소속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스카우터들이 청룡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어디까지 가세요? 저희가 데려다 드려도 될까요?"

혼자 걷고 있던 조유리(이하 가명·24)씨에게 낯선 여성 두 명이 다가와 말을 겁니다. 깜짝 놀라 토끼 눈을 하고 돌아본 조씨는 좀처럼 경계를 풀지 못합니다. 밤거리를 혼자 거니는 여성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우니 걱정도 됐을 겁니다. 하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들은 여성의 귀갓길을 책임지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입니다. 등에는 '안심귀가 스카우트'라는 홀로그램 문구가 적힌 병아리색 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일법한 붉은색 경광봉을 들고 있죠.

조씨는 가슴께를 쓸어내렸습니다. 그가 내린 버스 정류장은 대로변에 있어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대낮처럼 환했지만, 대로변 안쪽 길목으로 들어서면 길은 더 좁아지고 어두워졌기 때문인데요. 대로변에서 원룸까지 고작 100m 남짓의 거리라도 마냥 안심할 순 없죠. 스카우트는 조씨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혼자 사냐", "언제부터 혼자 살았냐"며 말을 꺼냅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전라남도 순천에서 올라와 혼자 살고 있다는 조씨에게 "순천에서 용 났네"라며 감탄도 하죠. '짧은 시간이어도 신청 가능하다. 걱정 말고 자주 신청하라'는 말도 잊지 않고요.

조씨는 “서비스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정류장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신청을 못 하는 줄 알았다”며 “가까운 거리여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는데, 스카우트 두 명이 동행해 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익숙한 귀갓길인데 귀가 도우미가 왜 필요할까?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는 2013년 늦은 시간 여성의 안전한 귀갓길을 책임지기 위해 서울시에 처음 도입됐다. 홍인기 기자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는 2013년 늦은 시간 여성의 안전한 귀갓길을 책임지기 위해 서울시에 처음 도입됐다. 홍인기 기자

매일 지나가는 길인데 꼭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까요. 집 가는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습니다. 불특정한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탓입니다. 지난달 15일에는 대전에서 20대 남성이 한밤중에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가 원룸에 침입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바로 뒤따라 들어갔고, 피해 여성이 비명을 지르자 그대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올해 1월 서울 동작구에서는 20대 남성이 고시원 1층 창문을 통해 여성의 원룸에 무단으로 침입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는 평일 심야시간 귀갓길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을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서비스입니다. 2013년 3월 서울시가 첫 도입했는데요. 여성들이 늦은 밤 귀갓길에 성범죄의 위협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검찰청이 발표한 '서울 1인가구 여성의 삶 연구: 2030 생활실태 및 정책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강력범죄 피해자 중 87%는 여성이며, 이 중 91.7%는 강간·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강간·강제추행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주거지(19.8%)라고 합니다. 심지어 성범죄 발생시간이 심야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여성들의 귀갓길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책이 반드시 필요했던 거죠.

안심귀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 30분 전에 예약해야 하는데요. ‘안심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신청하거나 서울시 민원 센터 120, 혹은 관할 구청 상황실에 전화만 하면 됩니다. 서울시 내 관할 권역을 중심으로 외진 골목길이 많은 주택가 혹은 밀집 지역에서는 2인 1조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의 주된 업무는 ‘귀가 지원’과 ‘취약지 순찰’로 나눠집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월요일은 밤 9시부터 자정까지)까지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여성과 청소년의 안전한 귀가를 돕고, 유흥가 등 취약지와 우범지를 순찰하는 건데요. 사전 예약이 없을 경우 구역을 순찰하다가 혼자 귀가하는 여성에게 동행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귀갓길에 불쑥 동행을 제안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달 15일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 시간인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관악구 낙성대 지구대와 신림 지구대 두 관할서에서 일하고 있는 4인의 스카우트를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습니다.

"내 아이 데려다주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원룸촌이 즐비한 서울 관악구의 주택가는 가로등이 몇 개 설치돼 있지 않고 인적이 드물어 어둡고 으슥한 느낌을 준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원룸촌이 즐비한 서울 관악구의 주택가는 가로등이 몇 개 설치돼 있지 않고 인적이 드물어 어둡고 으슥한 느낌을 준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수요일 밤 10시. 서울 관악구의 낙성대 지구대 안은 분주했습니다. 지구대에 비치된 간이 의자에 여섯 명의 스카우트가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구대장이 가지고 있는 일지에 이름과 연락처를 꼼꼼하게 적은 뒤 출동합니다. 이날은 안타깝게도 귀가 예약이 하나도 잡히지 않아 봉천동 샤로수길을 거쳐 청룡동 순찰을 돌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샤로수길'.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근처의 번화가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샤'를 닮은 서울대학교 마크와 '가로수길'의 합성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파는 평소보다 적었지만 번화가답게 모든 상점이 문을 열고 조명을 환히 켜고 있었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점도 늦게까지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을 꼭 순찰해야 하냐’는 의문이 든 순간, 스카우트들은 “바로 옆 골목은 느낌이 완전 다르다”며 안내했습니다.

샤로수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10m 정도 걸었을까요. 화려한 번화가 옆 골목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가로등이 스무 발자국 걸어서 하나 정도 나올까 말까 할만큼 드물게 세워져 있어 매우 어둡고 으슥했는데요. 한 명의 발소리마저도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하기까지 했습니다. 뒤따라오는 발소리가 있을까 귀도 쫑긋 세워졌죠.

스카우트 김자인(58)씨는 그 골목까지 동행했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떠올렸습니다. 귀갓길의 위험은 비단 성인 여성에게만 있는 건 아니겠죠. 자정이 넘은 시각에 여자아이가 혼자 다니는 게 위험해 보여 관악구청에서부터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는데요. 아이의 집에 다다르니 부모가 문 앞까지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늦게까지 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다가 만난 심경은 어땠을까요. 아이의 부모는 몇 번이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30대인 딸과 아들이 있는 김씨는 "서로 자식 키우는 입장이니 그 마음을 잘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길거리에서 동행 제안을 하면 경계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10명 중 7,8명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홱 가 버린다고 합니다. 정인경(59) 스카우트는 "두 명이서 같이 접근하니까 종교 단체에서 전도하는 줄 알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며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임을 알리는 노란색 조끼와 모자를 쓰고 있어도 다가가면 거절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렇게 경계심이 심해진 이유 중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도 큽니다. 정씨는 "마스크 때문에 더 다가가기 힘들다"며 "시민들의 거부감이 눈에 보이고, 무안도 꽤 받았다. 이해도 가지만 가끔은 상처받는다"고 말했습니다.

'10시 25분 샤로수길 순찰'. 조씨와의 동행이 끝난 뒤 정씨는 손바닥만 한 수첩을 꺼내 순찰을 한 시간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동안 일한 내용과 동행자가 있었을 경우 신상 정보를 적어 보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신상 정보를 알려주려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시 차원의 서비스라고 해도 휴대폰 번호부터 구체적인 집 주소까지 다 적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정씨는 "성과 휴대폰 번호 뒷자리만 받아도 다행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약이 하루에 한두 건 있을까 말까 한다는데요. 그래도 맡은 구역 순찰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세 시간을 내리 걷고 또 걷습니다. 비가 쏟아지고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말이죠.

샤로수길을 지나 그들은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고 구멍가게마저도 불이 꺼진 어두운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이 있진 않을까 하면서요.

"남성 취객이 데려다 달라고"...여성 스카우터의 고충

백순대가 유명한 신림역 번화가에선 인사불성이 된 취객들이 스카우터에게 주정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백순대가 유명한 신림역 번화가에선 인사불성이 된 취객들이 스카우터에게 주정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낙성대 지구대 소속 스카우터들과 헤어진 후, 욱신거리는 발을 이끌고 신림 지구대로 향했습니다. 가로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빡거리고, 골목들이 규칙 없이 늘어져 있어 길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길목마다 신축 원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관악구는 여성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17.1%에 달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은 만큼 서비스 수요도 높을 것 같습니다. 신림동을 담당하는 스카우트는 낙성대 지구대가 3개 조였던 것에 비해 1개 조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크게 신원동 부근과 서원동 부근, 두 구역으로 나눠 번갈아 순찰을 나간다고 합니다. 손예영(46) 스카우트는 "한 개 조만 다니기엔 구역도 넓고 우범 지역이 많아서 힘들다"며 "좀 더 깊숙이 순찰을 돌 수 있는데 시간적, 체력적 한계로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습니다.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신원시장 입구 근처에서 만났던 그들은 순찰을 하면서 행인들에게 동행 제안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 중에는 20대도 있었고,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도 있었는데요. 그러나 모두들 하나같이 "집이 바로 코앞이라서요", "젊은 사람들이 좋은 일 하네요. 난 괜찮아요"라며 거절했죠. 스카우트 이세진(48)씨는 "알고도 거절하는 사람도 많지만, 요즘엔 휴대폰 보고, 이어폰 꽂고 걷는 시민들이 대다수라 말을 걸어도 아예 못 듣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관악구의 한 대형교회에서 코로나19가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원룸촌 골목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시민들과 거리를 두며 데려다준다고 해도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순찰 업무 위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림동은 백순대가 유명한 대표적인 번화가죠. 그러다 보니 평일에도 취객이 많습니다. 손씨는 "가끔 많이 취한 남성들이 자기도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무섭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가진 안전 대책이라고는 호루라기와 경광봉 정도죠. 지난 3월에는 서울 중구에서 한 스카우트가 취객에게 밀려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한데...스카우터는 누가 데려다주지?

지난달 15일 신림 지구대 소속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스카우터들이 신원동을 순찰하고 있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지난달 15일 신림 지구대 소속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스카우터들이 신원동을 순찰하고 있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운동하는 겸 일하는 거죠. 집이 근처라 퇴근하고는 자전거 타고 집에 가요"

집 앞까지 안전하게 우리를 데려다주는 스카우트. 문득 스카우트의 귀갓길이 궁금해졌습니다. 스카우트 인력 상당수가 50대 이상의 중년인 데다가 여성이기 때문에 걱정도 됩니다. 막차도 끊긴 시각에 퇴근해야 하는 이들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까요. 집이 가까운 스카우트는 걷거나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등 제각각입니다.

그렇다면 스카우트의 귀갓길도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 관악구청 관계자는 "가능하면 거주지에서 가까운 거점으로 배치하려고 한다. 본인의 귀가 대책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라며 "시에서는 파출소에 복귀해 근무가 종료되면 경찰이 데려다주는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경찰 업무가 바빠 데려다줄 수 없거나 시의 권고를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씨는 "귀갓길이 다 기록되는 앱을 켜고 집에 걸어간다. 그러면 실시간으로 위치가 파악돼 덜 불안하다"고 귀띔했습니다. 관계자 또한 "경찰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귀가를 도와주면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 면접에 마음가짐까지 갖춰야 합격

밤늦게 퇴근하는 스카우터들은 대개 집이 가까워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귀가할 수 있다. 원칙은 근무가 종료된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협조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밤늦게 퇴근하는 스카우터들은 대개 집이 가까워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귀가할 수 있다. 원칙은 근무가 종료된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협조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안심귀가 스카우트가 되려면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요. 관악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에는 23명을 선발하는 자리에 86명 정도가 신청했다고 합니다. 올해도 비슷하게 78명 중 25명을 뽑았습니다. 선정 과정 자체도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외부 전문가까지 초빙해 면접을 보고 서류도 꼼꼼히 본다고 합니다. 저소득층 대상 일자리다 보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여성 세대주일수록 가점을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면접에서는 건강 상태나 서비스를 잘 제공하기 위한 각오 위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지원이 어렵습니다. 기자들이 만난 스카우트 대부분은 전업주부였는데요. 낮에 집안일을 하고 밤에 생활비를 벌 수 있어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한편 노인을 대상으로 음악 교육을 했었던 정씨는 "7,8군데 출근하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가 끊겼다"며 "스카우트 일로 생활비를 벌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신림 지구대 스카우트는 넓은 구역에 한 조만 배치돼 있어 하루에 전체 구역을 다 돌아볼 수 없었습니다. 손씨는 "순찰을 더 구석구석 하고싶은데 한 조밖에 없으니 무리일 때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30분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서비스 특성상 이동시간까지 고려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30분이 너무 길다는 이용자의 불편도 있었다고 합니다. 10시가 너무 늦다며 이른 시간에 서비스를 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저조한 이용률', '낮은 대중성'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

지난해 5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CCTV 영상이 SNS에 확산돼 충격을 줬다. 올해 6월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주거침입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해 5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CCTV 영상이 SNS에 확산돼 충격을 줬다. 올해 6월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주거침입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튜브 캡처

처음 보는 사람과 길을 걷는 게 어색하다는 이유로, 귀갓길이 그리 길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서비스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적은 게 현실인데요. 실제로 스카우트와 함께 있는 동안 서비스 예약 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았고, 동행 제안도 여러 번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SNS에는 이용을 독려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방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혼자 집 가는 길이었는데 어떤 분들이 엄청 뛰어와서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다. 한 분은 뒤에서 빨간 봉 들고 주변을 감시하고, 한 분은 옆에서 나랑 이야기해 줘서 좋았다'(H****), '이용자 수가 너무 적어 폐지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안 그래도 오늘 스카우트가 먼저 다가와 집에 데려다주면서 많이 이용해 달라고 했다'(미**)는 등의 후기와 함께 말이죠.

구청 관계자 역시 사업의 효과 측면에서는 대중성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는데요. 서비스 수혜자가 여성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코로나19로 대면 홍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여성 대상 범죄는 계속 일어나는데, 막상 서비스 이용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죠. 예산 낭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는데요. 그러나 관계자는 다른 답변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있는 것 자체로도 범죄 예방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며 "눈에 보이는 실적만 가지고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귀갓길 동행만큼 구역을 순찰하는 일 역시 스카우트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우범지역을 다니며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거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도 하죠.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처럼요. 게다가 스카우트 대부분은 30년 가까이 관할 지역에 살아 눈을 감고도 골목 구석구석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하네요. 강북구에 사는 대학생 최민영(25)씨는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이용한 적은 없지만 저녁마다 스카우트가 돌아다니는 걸 보니 안심이 됐다"며 "내가 아니더라도 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서 서비스가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범죄는 사후 대응보다 '예방'에 방점이 찍혀야 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언제든 성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죠. 높은 성범죄율에 비해 처벌은 미온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얼마 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이 주거침입만 유죄로 인정, 3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기도 했죠. 여성 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시점에선 안심귀가 서비스를 비롯한 여성 안전 사업이 사라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밤거리를 안전하게 거닐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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