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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故 구본무 회장이 뿌린 씨, '수확'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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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故 구본무 회장이 뿌린 씨, '수확'의 계절이 왔다

입력
2020.08.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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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2분기 시장 전망치 뛰어넘는 깜짝실적
전기차 배터리 부문 장기간 이익 발판 마련?
고 구본무 회장 미래 내다본 투자 성과 가시화

LG화학 오창공장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LG화학 오창공장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4월 6일,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준공식이 열린 충북 LG화학 오창 공장. 구본무(1945~2018) LG그룹 회장의 표정은 상기돼 보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만들었다는 뿌듯함,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자신감 등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도 직접 참석해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전기차고 핵심은 배터리에 달렸다"고 축사를 건넸다.

그로부터 9년 뒤, LG화학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구 회장이 오래 전부터 배터리 분야를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미래 산업으로 선정해 꾸준히 투자해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LG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액 6조9,352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 영업이익은 131.5%나 뛰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실적이 좋았다. LG화학 전지 부문은 매출액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유럽,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에 따른 전기차 판매 증가, 북미 지역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매출을 직전 분기보다 25% 늘렸다. 폴란드 공장 수율(불량 없는 양산 비율) 안정화, 원가 절감 등으로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장기간 이익을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연간 생산능력 100기가와트시(GWh)를 목표로 순조로운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170만대에 장착할 수 있는 양이다. 흑자 폭은 하반기 더욱 확대되고 이후에도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의 쾌거를 두고 30년 전 구 회장이 뿌린 씨를 드디어 수확할 시기가 된 거라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1992년 유럽 출장 중 들른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충전만 하면 여러 번 쓸 수 있는 2차 전지를 처음 접한 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직접 샘플까지 챙겨 와 당시 계열사인 럭키금속에 연구를 지시했지만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기에는 품질과 기술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10년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결과가 없고 수천억 원의 적자만 내자 그룹 내에서도 사업을 접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구 회장은 그때마다 "2차 전지에 우리의 미래에 달렸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LG화학은 2000년 전기차 배터리의 잠재성을 인지하고 미국에 연구 법인을 설립해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특히 일본이 전기차용 니켈 수소 배터리에 집중할 때 리튬이온 배터리로 방향을 잡고 집중 투자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1,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20만대에서 연평균 30%씩 성장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배터리 시장 규모 역시 18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2025년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다.

한편,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3조3,128억원, 영업이익 4,347억원을,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7,892억원, 영업이익 350억원을 냈다. 생명과학 부문은 매출 1,603억원과 영업이익 141억원, 자회사인 팜한농은 매출 1,778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을 기록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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