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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고는 했는데…” 주택 공개매각 지시 8개월, 상처만 남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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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고는 했는데…” 주택 공개매각 지시 8개월, 상처만 남은 청와대

입력
2020.08.03 08:00
수정
2020.08.03 11:5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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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실장 지시 후 개별 참모들 현황만 부각
민심 악화에 인사까지 연계설 "조직만 뒤숭숭"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0일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에 착석해 있다. 뉴시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0일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에 착석해 있다. 뉴시스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

지난해 12월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공개 지시’ 파장이 2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벌써 8개월째다. 개별 참모의 처분 현황만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부동산정책 관련 민심 악화의 촉매제가 됐고, 조직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노 실장의 ‘강력 권고’ 이후 1주택 여부로 청와대 인선이 좌우되는 듯한 현상이 생긴 점을 우려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보다 주택 보유 현황이 인사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건 국정 운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논란은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지난해 12월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임용의 한 잣대가 될 것 같다”고 했었다. 실제로 지난달엔 ‘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김조원 민정수석이 청와대를 나갈 가능성이 짙다’는 말이 정치권에 퍼졌다. 김 수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잠실 아파트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쯤엔 ‘잔류설’이 힘이 실렸다. 다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인사가 좌우되는 듯한 인상을 남긴 셈이다.

지난달 24일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날 때도, 이들이 다주택자였다는 점 때문에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1주택이 이상적이지만, 주객전도여선 안 된다”며 “다주택 현황이 인사를 결정짓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 것 자체가 실수라면 실수"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고위 참모 중 8명이 여전히 다주택자라는 사실을 알리며 늦어도 8월 말까지 계약서를 제출하라는 3차 권고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노 실장의 다주택 보유 청와대 참모 대상 매각 권고에 이어 7월 초 재권고까지 했지만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강남구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치동 일대 전경. 아파트가 빼곡히 차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강남구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치동 일대 전경. 아파트가 빼곡히 차 있다. 연합뉴스

내부의 의견 불일치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조원 수석의 경우 당초 집을 매각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으나, 윤도한 수석 등 참모들이 “팔지 않으면 청와대에 너무 큰 부담”이라며 매각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과정에서 개개인의 고충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전매 제한이 걸린 경기 과천시 분양권을 갖고 있어 다주택자로 분류된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은 전세를 드는 조건으로 실거주 중인 서울 마포구 공덕동 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 집에 가족이 거주하고 있던 참모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해당 가족의 소득 및 자산이 충분치 않은 경우 급매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 문제가 고민이었다고 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모습.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노 실장은 이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SNS에 알렸다. 노 실장은 8일 페이스북에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썼다. 뉴스1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모습.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노 실장은 이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SNS에 알렸다. 노 실장은 8일 페이스북에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썼다. 뉴스1


개인사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내부에 있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소명하라’던 청와대의 초반 입장이 여론 악화에 따라 ‘모두 다 팔아라’는 쪽으로 바뀌면서 가족 문제 등으로 따로 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감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참모들도 ‘사람’인데, 의도는 좋았을지언정 결과적으론 야박한 지시가 됐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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