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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종말론? 현장선 “갭투자 쌓여 월세로 급전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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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종말론? 현장선 “갭투자 쌓여 월세로 급전환 쉽지 않다”

입력
2020.08.03 20:00
수정
2020.08.03 20:05
1면
0 0

강남4구 주택 거래 73%가 갭투자?
현금부자 아니면 전세금 반환 부담?
“월세 비중 낮은 준전세 전환 가능성”

2일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사무소 정보란. 뉴스1

2일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사무소 정보란. 뉴스1

"월세 전환이요? 말처럼 쉽지 않아요."

서울 개포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임대인들의 '엄포'를 이해할 수 없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당장 전세 계약을 월세로 바꾸겠다는 집주인이 줄을 잇는다는 보도가 쏟아지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매)'다. 서울, 특히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일수록 전세를 낀 집 구매가 많은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당장 갭투자는 불가능해진다. A씨는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15억원이라면, 월세 보증금은 많아봤자 5억원을 넘기지 못한다"며 "특히 집값 15억원 이상은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당장 10억원 이상을 돌려줄 여유가 있는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월세 전환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기존 전세계약이 대거 월세로 전환될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임차인에게 마음대로 전세금을 올려받지 못할 바에야, 임대인들이 예금 이자보다 훨씬 유리한 월세를 선호할 거란 전망에서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같은 전망에 현실성이 다분히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전월세전환율'은 법정 기준인 4.0%(기준금리 0.5%+3.5%)가 적용된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합의한다면, 전세 5억원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 정도로 바꿀 수는 있다는 뜻이다.

"월세 전환 충격, 취약계층에 더 크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만약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 주거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의 2017년 ‘월세 비중 확대에 대응한 주택임대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6년 전월세 중 전세 비중은 45.0%에서 39.5%로 떨어졌는데, 20대 청년층(-5%포인트)와 50대 이상 고령층(-7%포인트)에서 특히 하락폭이 컸다. 반면 30, 40대에선 3~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는 청년, 고령층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빌라, 오피스텔에서 월세 전환이 더 쉽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월세의 절반 이상(52.6%)은 다가구단독주택이었다. 송 연구부장은 “개정법 시행으로 아파트 월세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겠지만, 속도 측면에선 이미 월세가 많은 원룸, 오피스텔 등이 더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득이 적은 편인 청년, 고령층이 월세 전환을 맞닥뜨리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출금리보다 월세 부담이 더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금 1억원에 은행 대출 1억원을 받아 2억원짜리 전세를 산다면 은행에 이자로 1년 250만원(금리 2.5% 기준), 월 21만원만 내면 된다. 반면 현행 전월세전환율에 따라 보증금 1억원짜리 월세로 바꾸면 1년에 약 400만원, 월세 33만원을 집주인에게 지불해야 한다.

최근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일명 '임차인 연설'이 세입자들의 높은 공감을 산 것도 이런 충격 우려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강남4구 주택 거래 72.7%가 갭투자... "월세 전환 쉽지 않을 것"

주택 매매거래 중 갭투자 비중

주택 매매거래 중 갭투자 비중

하지만 여러모로 급격한 월세 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시기적으로 월세 전환 문제는 2년 뒤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한차례 사용한 뒤, 2년 후 임대인이 제3자와 새로 임대차 계약을 작성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 때도 지금같은 전세난이 이어진다면,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실제 월세 전환이 활발할 지는 미지수다. 그간 누적된 갭투자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5월 서울 주택매매 거래에서 갭투자 비중은 52.4%였다. 지난 1월(48.4%)보다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강남4구(강남ㆍ송파ㆍ서초ㆍ강동구)'는 같은 기간 57.5%에서 72.7%로 급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갭투자를 했던 다주택자들은 일부 집을 정리하지 않는 한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전세 계약을 바꾸더라도, 월세 액수를 크게 높이기보단 보증금이 많고 월세액이 적은 '준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전세제도는 나름의 장점이 있어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월세 전환 시도가 있겠지만 정부가 적절히 대응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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