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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실체 규명 못한 검, 6개월 내홍에 상처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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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실체 규명 못한 검, 6개월 내홍에 상처만 남아

입력
2020.08.05 15:29
수정
2020.08.05 16:3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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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이동재의 취재로 시작된 '검언유착' 의혹 전모
한동훈 면담→옥중편지→대리인 접촉→MBC 보도
수사팀, 녹취록 외 증거 확보 못해 한동훈 기소 미뤄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장과 기자가 공모해 여권 인사의 비위를 캐려 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검언유착은 끝내 규명하지 못한 채 기자의 비리만 재판에 넘겼다. 수사팀은 추가 수사를 통해 검사장의 공모를 밝혀내겠다는 의지지만, 현재로서는 수사 프레임이 무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서 ‘장관파’와 ‘총장파’가 충돌하고 심지어 검사들의 몸싸움까지 이어지며 검찰 내부는 심각한 내상만 입었다.

다섯 통의 편지와 세 차례 만남… “강도 높은 수사 있을 것”

검언유착 의혹은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00억원대 금융투자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14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던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2월 17일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은 게 시작이다. “유례 없이 무거운 형을 선고 받은 상황에서 얼마나 황망하실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운을 뗀 이 전 기자는 “수사는 과도하게 이뤄질 것이고, 6명의 검사가 투입돼 가족의 재산이나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를 통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취재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고 밝힌 지모(55)씨가 이 전 기자에게 접근하면서 사건이 증폭됐다. 지씨는 이 전 기자와 세 차례 만나 유 이사장을 포함한 여야 인사 5명에 대한 로비 장부가 자신들에게 있음을 암시했고, 이 전 기자가 검찰 핵심라인과 통화한 내용을 들려 달라는 요구에 응하자 이 전 기자의 취재 사실을 MBC에 제보했다. 이 전 기자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47) 검사장을 내세워 이 전 대표를 압박했다는 3월31일 MBC 보도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뛰어들었다.


한동훈(왼쪽) 검사장과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 연합뉴스

한동훈(왼쪽) 검사장과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 연합뉴스


수사팀과 대검의 갈등, 법검 충돌 이어 몸싸움까지

검찰이 이 사건을 '검언의 유착'이라고 본 결정적 단서는 한 검사장, 이 전 기자, 후배 백모 기자가 만나 신라젠 수사 관련 대화를 나눈 ‘2월 13일 녹취록’이다. 두 기자는 윤 총장의 지방 순시 일정에 맞춰 당시 부산고검 차장이었던 한 검사장을 방문했고, 그의 사무실에서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화록에 따르면 채널A 기자들은 이 전 대표 가족의 거주지를 찾고 편지도 썼다고 밝혔고, 한 검사장은 “그건 해 볼만 하지"라거나 "그런 거 하다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했다. 수사팀은 이를 유착의 근거로 봤다. 그러나 수사팀 보고를 받은 대검 실무진은 녹취록으로 이들의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했다. 윤 총장은 대검 부장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자 검찰 내부 제3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했고, 수사팀은 공개적으로 항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일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을 검언유착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면서, 검언유착 의혹은 검찰 조직의 '내전'으로까지 비화했다.

윤 총장이 배제된 상태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수사팀은 궁지에 몰렸다.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ㆍ가입자 식별 모듈) 압수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것도 수사 결과에 대한 초조함에서 비롯된 실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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