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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2배' 한정판 운동화, 한달 수십켤레 분실 '택배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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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프리미엄 2배' 한정판 운동화, 한달 수십켤레 분실 '택배 미스터리'

입력
2020.08.17 04:30
수정
2020.08.18 16:3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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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수백만원 규모 이지부스트 지브라 분실
2배 넘는 프리미엄 탓에 정가 보상해도 이익
아디다스ㆍ한진택배 책임 회피... 고객들만 눈물

지난 6월 재발매한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지브라 모델(왼쪽)과 배송조회 결과 한진택배 동서울터미널 허브에서 사라진 상품의 모습(오른쪽). 아디다스ㆍ독자 제공

지난 6월 재발매한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지브라 모델(왼쪽)과 배송조회 결과 한진택배 동서울터미널 허브에서 사라진 상품의 모습(오른쪽). 아디다스ㆍ독자 제공


정가의 2배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은 아디다스 한정판 운동화가 배송 과정에서 분실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상품 판매와 배송을 담당하는 아디다스와 한진택배는 책임을 회피한 채 뒷짐만 지고 있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발매가가 20만원 후반에서 30만원 중반에 이르는 고가의 아디다스 한정판 운동화 '이지부스트' 모델이 배송 과정에서 한달 평균 30~40개씩 분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6월 재발매한 이지부스트 인기 모델 중 하나인 '지브라' 제품이 50켤레 이상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택배사 및 피해 고객의 신고에 따라 서울 송파경찰서와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 등 일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지부스트는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가 2015년부터 미국의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협업해 생산하고 있는 운동화다. 보통 발매가의 1.5~2배, 인기 디자인의 경우 5배가 넘는 프리미엄이 붙어 2차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발매일이면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탓에 아디다스 온라인 사이트가 다운되기 일쑤다. 지브라 모델은 이지부스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아 2차 시장에서 한때 거래가격이 150만원까지 치솟았다.

논란은 지난 6월 재발매한 이지부스트 인기 모델 중 하나인 '지브라'가 배송 과정에서 잇따라 분실되면서 불거졌다. 직장인 유모(35)씨는 "발매 시간에 맞춰 홈페이지에서 겨우 구매에 성공했는데 일주일 넘게 동서울터미널에 상품이 멈춰 있어 택배사에 문의하니 '분실됐으니 아디다스에 환불요청을 하라'는 일방 통보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안모(32)씨도 "택배기사가 전달했다는 기록만 남긴 채 집 앞에 상품을 두고 가버려서 신발을 받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해도 기사는 지점으로, 지점은 본사로 책임을 미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고객들에 따르면 분실은 물류터미널이나 최종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중간에 고의로 상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절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아디다스 제품의 배송은 독점 계약을 통해 한진택배에서 전담하고 있는데, 아디다스 측이 '정가' 환불정책을 고수하는 탓에 분실 책임자가 배상을 하더라도 중고시장에서 판매하면 사실상 남는 장사라 유혹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디다스나 한진택배는 피해자들의 실물 보상이나 재발 방지책 마련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있다. 한진택배 측은 "단순 분실로만 보기는 힘들다"며 자체 조사에 들어갔지만 물류 전 과정을 감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물류센터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지만 누가 마음 먹고 빼돌리려고 하면 이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도 매달 수백만원을 아디다스에 물어주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는 건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한진 본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지부스트 분실은 총 14건"이라며 "이중 일부는 환불을 완료했거나 상품을 찾아 배송했다"고 해명했다.

상품이 없어져도 금전적 손해가 없는 아디다스도 뒷짐만 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실물 보상 요구에도 아디다스는 "한정판이라 정해진 수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정가 보상이 원칙"이라며 환불 받을 것을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유씨는 "택배상자에 상품명 이지부스트를 대놓고 써놓는 등 아디다스가 도난 방지에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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