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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사라지고 물에 갇힌 '빛고을' 광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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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사라지고 물에 갇힌 '빛고을' 광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입력
2020.08.08 12:44
수정
2020.08.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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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8일 낮 광주 북구 용봉 IC 주변 도로가 황톳물에 잠겨 있다. 북구 제공

지난 7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8일 낮 광주 북구 용봉 IC 주변 도로가 황톳물에 잠겨 있다. 북구 제공


"(물)난리도 이런 (물)난리가 없다."

하늘은 폭우에 가려졌고, 도시는 물에 잠겼다. 지난 7일부터 이틀째 볕이 들지 않는 '빛고을' 광주는 수중도시, 아니 수상도시라고 해도 할 말은 없어 보였다. 바람 한 점 없이 퍼부어 내리는 호우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 탓이다. 재난당국은 "안전한 광주를 지켜내겠다"는 듯 쉴 새 없이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이를 믿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일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 하천과 영산강은 흙탕물과 황톳물을 신음처럼 토해냈고, 상당수 주민들은 물난리를 피해 집을 비워야만 했다.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진입통로까지 빗물이 차올라 차량 200여대가 물에 잠겼고, 시내 도로 42곳도 침수되면서 이틀째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호우 경보가 내린 8일 오후 광주 북구 한 강변 자전거도로가 불어난 하천에 잠겨있다. 북구 제공

호우 경보가 내린 8일 오후 광주 북구 한 강변 자전거도로가 불어난 하천에 잠겨있다. 북구 제공


"30년 만에 처음인 것 같아요."

8일 낮 12시쯤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왕복 6차선 도로. 침수피해 현장을 둘러보던 김모(58)씨는 연방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중앙분리선에 설치된 70㎝ 남짓한 볼라드(자동차 진입방지 말뚝) 수십 개가 물에 잠겨 사라졌고, 시내버스 등 차량 10여대가 오가지도 못한 채 애꿎은 전조등만 껐다켰다를 반복하던 터였다. 인근 하천 복개도가 범람한 데다 하수구까지 역류하면서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것이다.

전날부터 하루 반나절 동안 무려 47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서 광주 도심 교통망은 마비됐다. 북구 연제 지하차도 등 도로 42곳의 교통이 이틀째 전면 통제되고 있다. 광주천과 극락강 등 주요 지방하천의 하상도로도 수위가 통제선을 넘으면서 차량통행이 끊겼다. 이날 오전 광산구 평동역 일대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광주지하철 1호선이 평동역을 중단한 채 녹동역~도산역 단축운행에 들어갔다. 월곡천교 침수로 열차가 교량을 건널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광주역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서울 용산~광주역행 새마을호(왕복 8회)는 광주송정역까지, 용산발 무궁화호(12회)는 익산역까지만 운행된다. 북구 신안동의 한 아파트에선 지하주차장이 입구까지 물에 잠겨 주차돼 있던 차량 200여대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 동구 학동의 한 상가 건물과 남구 이장동, 남구 백운2동의 백운요양병원에선 정전사태가 벌어져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황모(55)씨는 "물폭탄을 맞고 물난리를 겪고 있는데 정전사태까지 맞는 이 상황에 쓴웃음만 나온다"고 허탈해했다.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산막동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보트를 이용해 이재민을 구조하고 있다. 광주 전남지역은 이틀간 내린 폭우로 도로가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시소방본부 제공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산막동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보트를 이용해 이재민을 구조하고 있다. 광주 전남지역은 이틀간 내린 폭우로 도로가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시소방본부 제공

집중호우 영향으로 홍수와 산사태 특보도 잇따라 주민들이 대피하는 난리를 겪었다. 이날 오전부터 영산강 지류인 황룡강과 극락강 유역인 서구 서창동 향토문화관 인근 논이 모두 잠기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광산구 임곡동 일대 7개 마을 주민 150여명도 주택 침수로 인해 인근 경로당으로 몸을 피했다. 북구 동림동 삼호가든아파트와 삼라마이더스 아파트에선 옹벽 비탈면을 끼고 있는 야산에서 토사가 쏟아져내려 주차돼 있던 차량들이 매몰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부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로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부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로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만 이틀간 58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도로 187곳이 침수되는 등 196개 공공시설, 387개 사유시설이 피해를 봤다. 기상청은 광주·전남에 50∼150mm, 많은 곳은 250mm 비가 더 내리고 9일 오전(남해안은 오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외출이나 차량 운전을 자제하고 하천이나 계곡 근처에 머물지 말고 안전사고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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