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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물폭탄 뒤끝… 나주 1500년 전 고분군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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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물폭탄 뒤끝… 나주 1500년 전 고분군도 삼켰다

입력
2020.08.08 21:42
수정
2020.08.0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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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7시쯤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영산강변에 위치한 복암리 고분군이 집중 호우로 인해 침수되고 있다. 독자 제공

8일 오후 7시쯤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영산강변에 위치한 복암리 고분군이 집중 호우로 인해 침수되고 있다. 독자 제공


7, 8일 광주와 전남을 할퀴고 간 장맛비는 1,500년 전 마한의 꿈도 삼켰다. 6세기 마한(馬韓) 문화를 상징하는 나주시 복암고분군도 침수시킬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했다. 이틀 동안 광주에만 484.8mm 물폭탄을 쏟아부은 기세는 무서웠다. 다행히 강풍을 동반하지 않은 데다, 8일 오후 1시 무렵부터 물을 잔뜩 머금은 폭우 구름이 북상하면서 물에 잠겼던 도심 곳곳은 차츰 정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비가 그친 뒤에도 일부 도로가 끊기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집중호우'가 남긴 '뒤끝'도 만만찮았다.

이날 오후 들어 영산강 유역 고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사적 404호)이 물에 잠기면서 재난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곳엔 총(塚ㆍ무덤) 높이가 4~6m정도 되는 4개의 고분이 있는데, 이날 오후 7시쯤 영산강변쪽에 위치한 고분 1개가 물에 잠겼고, 나머지 3개도 위험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는 마한(馬韓)의 중심지였던 이 곳의 고분군과 고대성곽인 자미산성 등을 더해 영산강 고대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복암 고분군 침수 피해는 이날 오후 다시면 영산강 죽산보 인근 지류 둑방이 터져 강물이 범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오전 폭우에 불어난 영산강물을 못 이기고 나주 다시면 한내교 제방이 유실돼 강물이 배수펌프장으로 역류, 농경지 수십 여 ha가 침수됐다. 시는 추가 침수를 막기 위해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영산호를 통한 배수가 어려운 가운데 목포 앞바다 바닷물 만조 시간이 겹치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오전 폭우 속에도 항공기가 뜨고 내렸던 광주공항은 비가 그친 오후 들어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됐다. 활주로 배수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었다. 오후 5시 45분 제주공항을 출발해 오후 6시 40분 광주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148편을 포함해 이후 출ㆍ도착하는 12편이 결항했다.

8일 오후 4시쯤 광주 북구 화암동 충민사 앞 도로가 길이 5미터 폭 7~9m 크기로 유실되면서 이곳을 운행 중이던 차량 1대가 도로 밑으로 추락했다. 북구 제공

8일 오후 4시쯤 광주 북구 화암동 충민사 앞 도로가 길이 5미터 폭 7~9m 크기로 유실되면서 이곳을 운행 중이던 차량 1대가 도로 밑으로 추락했다. 북구 제공


무등산 자락의 도로 유실도 이어졌다. 오후 4시쯤 광주 북구 화암동 충민사 앞 도로가 길이 5m, 폭 7~9m 크기로 유실되면서 운행 중이던 차량 1대가 추락했다. 북구는 도로 양 방향을 모두 폐쇄한 뒤 굴삭기 등을 동원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오후 들어 광주ㆍ전남 지역에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비가 예보돼 피해가 우려된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이틀간 내린 비는 담양 542.5㎜, 곡성 옥과 534.5㎜, 화순 북 510㎜, 광주 484.8㎜, 곡성 452㎜ 등이다. 광주와 화순, 나주, 영광, 함평, 순천, 장성, 구례, 곡성, 담양 등 전남 9개 시ㆍ군에는 호우경보가 여전히 발효 중이다. 기상청은 광주·전남지역에 50∼100㎜ 비가 더 내리며 9일 새벽에는 강한 비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외출이나 차량 운전을 자제하고 하천이나 계곡 근처에 머물지 말고 안전사고에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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