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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별장에 뺏긴 포항 화진해수욕장, 38년만에 주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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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군 별장에 뺏긴 포항 화진해수욕장, 38년만에 주민 품으로

입력
2020.08.09 15: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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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40%만 소유한 軍, '반환불가' 고집했지만
3m 높이 담장 철거 시작으로 순차적 개방
송라면 주민들 "수십 년 염원 이제야...."

육군 2작전사령부가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에 위치한 총 면적 11만4,870㎡의 훈련장에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철망과 벽돌로 담을 설치해 둔 모습.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육군 2작전사령부가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에 위치한 총 면적 11만4,870㎡의 훈련장에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철망과 벽돌로 담을 설치해 둔 모습.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38년 전 육군 2작전사령관 휴양소가 들어선 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이 반환된다. 육군과 포항시, 송라면 주민들은 군 휴양소 담장과 숙영시설 일부를 철거해 순차적으로 외부에 개방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9일 포항시와 송라면 발전협의회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11시 송라면 주민들과 육군 2작전사령부, 포항시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육군 화진훈련장 담 철거 공사에 들어간다. 담장은 길이 약 400m에 높이 약 3m로, 송라면 화진리 폭 9m의 마을 도로를 따라 화진해수욕장 바깥으로 시멘트벽돌과 철망으로 설치돼 있다. 담 철거는 육군에서, 폐기물은 포항시가 각각 처리하기로 했다.

육군은 1982년 6월 화진리 461의3 일대 땅 11만4,870㎡에 2작전사령관 휴양소를 조성한 뒤 철조망을 치고 외부 출입을 통제했다. 이 때문에 화진해수욕장 일대는 1981년 관광개발지구로 지정됐지만, 1993년 취소됐다.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 위치한 육군 화진훈련장.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 위치한 육군 화진훈련장. 포항시 제공

1994년 송라면 주민들이 "사령관 혼자 여름 한 철 휴가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라며 철거를 요구하자, 육군은 훈련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사격훈련을 시작했다. 2년 전에는 포항시가 도로 확장 계획을 세우자 국방부 부지 일부가 포함된다는 이유로 시멘트벽돌에 철망을 깔아 담을 더 높였다.

송라면 주민들은 다시 반발했고, 지난 6월 29일 송라면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으로 해수욕장 반환 촉구에 나섰다.

이에 육군은 "휴양소로 이용된다는 것은 오해"라며 "연간 130여 차례 이상 훈련을 하는 2작전사령부 내 유일한 지해공 훈련장인 만큼 대체부지 없이는 철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 화진해수욕장 내 위치한 육군 2작전사령관 휴양소.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 화진해수욕장 내 위치한 육군 2작전사령관 휴양소.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하지만 주민들은 군이 해수욕장 내 점유한 면적 중 국방부 소유 땅이 40%에 불과하고 훈련 때만 해수욕장을 이용하는 해병대 등의 사례를 들어 뜻을 굽히지 않았다. 포항시도 이미 사령관 휴양소로 이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2010년부터 육군의 공유수면 사용연장 신청을 불허했다. 공유수면 면적은 해수욕장 내 군이 점유한 면적의 48%인 5만4,994㎡에 달한다.

송라면 주민들은 담장 철거를 시작으로 군 휴양시설에 뺏긴 화진해수욕장이 반환된다는 소식에 크게 반기고 있다.

안시호 포항 송라면 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38년 만에 주민 숙원이 해결됐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반환을 요구했지만 군이 계속 묵살한 만큼 하루 빨리 개방될 수 있도록 이제는 (군에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담 철거 후에는 민관군 협의체를 꾸려 남은 군사시설 철거와 해수욕장 반환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라며 "군부대에 막혀 해안가 정비 사업도 중단했는데 개방되면 해양 관광과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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