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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정은 뉴 통치 스타일은 '솔직 정면돌파ㆍ만기친람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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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정은 뉴 통치 스타일은 '솔직 정면돌파ㆍ만기친람 탈출'

입력
2020.08.21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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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6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발언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0일 공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6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발언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0일 공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집권 9년차를 맞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치 스타일'을 바꾸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당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 운영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자신에게 집중된 역할과 권한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복수의 측근들에게 일부 분산 중이라고 20일 정보당국이 분석했다. 다만 김일성 주석 때부터 이어진 북한 특유의 '절대 권력을 보유한 1인 중심 통치 제제' 자체를 흔드는 수준의 권한 위임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솔직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도 확인하고 있다. 북핵 관련 대북 제재 돌파에 '성과'가 없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김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스타일과 딴판이다. 김 위원장은 동시에 새로운 경제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자신감도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군 지휘관들에게 백두산 권총을 직접 수여하고 있다. 뒤로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군 지휘관들에게 백두산 권총을 직접 수여하고 있다. 뒤로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ㆍ박봉주 등에 분야별 권한 '위임'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김여정 제1부부장 등 핵심 측근들을 분야별 책임자로 세워 권한을 조금씩 이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에게 온통 집중된 책임과 권한을 측근들에 분산시켜 '만기친람형 통치의 스트레스'를 경감한다는 것이다.

정보위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브리핑에서 "대남ㆍ대미 전략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경제 분야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군사 분야는 최부일 군정지도부장, 전략무기 개발은 리병철 당 중앙위군사위부위원장이 권한을 일부 이양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위임 통치'가 그의 실권 약화를 뜻하진 않는다. 오히려 '집권 초기보다 권력을 보다 강하게 장악하고 통치 경험이 축적되면서 쌓인 자신감이 바탕이 된 행보'라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국정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김 위원장에 있고, 중요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각 분야 전담자에게 나눠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김 제1부부장이 2인자이긴 하지만, 후계자로 결정됐거나 후계 통치를 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이 다른 분야 책임자들에게 보고를 받는 등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6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 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6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 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평양=노동신문 뉴스1


'젊은 지도자' 김정은식 정면돌파 통치

김 위원장은 자신만의 통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7기 6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계획한 국가경제의 장성(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돌아보면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고권력자의 발언을 통해 내부적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드러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 '3중고'로 인해 각종 경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닥쳐 올 '고난'을 솔직하게 알리고 내부결속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국가 사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점을 공유하되, 이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밝혀 희망과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김정은식 정면돌파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심 국가운영 체제'도 확고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노동당 대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열리지 않다가 김 위원장이 36년 만에 부활시켰다. 모든 정책을 당이 결정하고 최고인민회의가 추인하며 국무위원회와 내각이 이를 집행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통적 국정운영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가 20일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가 20일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美 대선 결과엔 극도의 '촉각'

김 위원장이 내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할 경제 비전도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북한이 '자력 번영'을 이루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19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미ㆍ대남 메시지 모두 내지 않았다. 당분간 주민 통제 및 경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북한이 8차 당 대회 개최 시점을 ‘2021년 1월’로 결정한 것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대선 이후 미국을 향해 '북미 협상 틀을 바꾸겠다'는 압박을 하겠다는 의도"라며 "북한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대미 전략을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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