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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발놈'에 이어 '네고왕'까지 ... 믿고 보는 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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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발놈'에 이어 '네고왕'까지 ... 믿고 보는 광희

입력
2020.08.25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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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희는 아이돌 출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예능돌이다. MBC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캡처

광희는 아이돌 출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예능돌이다. MBC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캡처


자리는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데뷔 10년 만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능 캐릭터를 만든 광희 얘기다. 7년이라는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10년 9인조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지만, 그의 자리는 딱 7초 만큼이었다. 뒤늦게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이라는 데뷔곡 '마젤토브'에서 그의 파트는 '자꾸만 나를 모른 척하는 너의 마음과~'라는 한 소절이 전부다. 그 덕에 '7초 사나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랬던 광희가 이제 TV를 넘어 웹예능까지 접수했다. '예능 대부' 이경규('찐경규')도, 이효리('페이스아이디')도, 박명수('할명수')도 뛰어든 그 웹예능 말이다. 웹예능의 시초 격인 '워크맨'을 만든 고동완 PD와 함께 이달 초 선보인 '네고왕'이다. 유튜브 채널 '달라 스튜디오'에 공개된 첫 화는 2주 만에 벌써 445만뷰를 넘어섰다. 대성공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조회 수 500만 고지를 향해 '1일 1광'에 나설 정도다.

네고왕의 초창기 버전은 '해명하세요'였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궁금증 등을 가지고 해당 기업을 직접 찾아가 따질 건 따지고 풀건 풀겠다는 콘셉트였다. 이걸 다듬은 게 네고왕이다. 1화에서 광희는 치킨업체 대표와 '한 달 간 닭 한 마리 1만1,000원 판매'를 담판 짓는다. 길거리에서 만난 일반 시민들로부터 "값이 비싸다"는 의견을 받아 직접 '네고'한 결과다.


광희는 '네고왕'으로 웹예능까지 접수했다. 네고왕 캡처. 애이엔이 네트웍스 제공

광희는 '네고왕'으로 웹예능까지 접수했다. 네고왕 캡처. 애이엔이 네트웍스 제공


제작진이 밝힌 네고왕의 관전 포인트는 '소통'이다. 광희는 일반 시민에게는 "저 광희예요. 왜, 성형한 남자 있잖아요"라며 스스럼 없이 다가간다. 소파 등받이에 기대앉은 회사 대표에게는 "회장님은 치킨의 왕이고, 전 네고의 왕이니까. 왕 대 왕끼리"라며 똑같이 편한 자세로 앉아버린다. 고 PD는 "눈치 보지 않고 '사이다 발언'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광희였다"고 했다. 네고왕이 '광희 사용의 옳은 예'를 보여준다는 평은 그래서 나온다.

광희 화법의 핵심은, 그러면서도 선은 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너나 잘해'라고 받아치는 게 속시원하다. 그러면서 본인은 절대 무례하게 안 군다" "재미있지만 선은 안 넘는다"는 호평은 거기서 나온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거나 무례한 태도로 종종 논란을 빚는, 독설에 가까운 직설과는 결이 다르다. 고 PD는 "할 말은 하면서도 혹시라도 자신의 발언으로 기업이 손해를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매우 조심하더라"며 "때론 강하게 어필하고 때론 부드럽게 다루면서 최대한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했다.

이런 광희의 능력은 MBC '놀면 뭐하니'의 혼성그룹 프로젝트 '싹쓰리' 편에서도 잘 발휘됐다. 여기서 광희는 이효리, 비, 지코, 쌈디 앞에서 말수가 줄었다. 위계가 명확한 호모 소셜 문화 안에서 그는 유독 힘을 못 썼다. '급'을 나누고 상대방의 약점을 웃음 소재로 삼는 남성 중심 예능에서 광희는 늘 최밑단이었고, 주눅 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 광희는 "저는 정 안 되면 수발 잘 드니까 '수발놈' 할게요"라면서 유쾌하게 제자리를 만들어냈다. 수발놈 캐릭터는 군 제대 이후 그가 예능돌 명성을 되찾는 발판이 됐다.

광희는 10년간 '일침'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구설 한 번 오르지 않았고, 여타 아이돌 멤버처럼 사건ㆍ사고에 휘말린 적도 없다.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보기드문 귀한 남자 예능인"이라는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일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광희는 무슨 말을 해도 밉지 않다"고 사랑까지 받는다. 지난 10년 세월 동안 광희 스스로 증명해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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