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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만 할 수 있는 일을…" 전공의 파업에 위법행위 떠맡는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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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만 할 수 있는 일을…" 전공의 파업에 위법행위 떠맡는 간호사들

입력
2020.09.01 04:30
수정
2020.09.01 09:4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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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혈 채취 등 PA 간호사들이 대신 수행
선별진료소 등 모집공고 1000여명 지원도
파업 동참 요구엔 "힘들어도 환자 안 떠나"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30명으로 늘어난 30일 오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 1명이 근무교대를 위해 코로나19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8.30/뉴스1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30명으로 늘어난 30일 오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 1명이 근무교대를 위해 코로나19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8.30/뉴스1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어쩔 수 없이 위법행위를 떠안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사들이 현장을 비우면서 동맥혈채취나 필요시 처방 등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떠맡으면서다.

31일 대한간호협회(간협)에 따르면, 의사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다. PA는 주로 대학병원 ‘진료보조인력’으로 처방 대행부터 수술 보조, 진단서 작성, 시술까지 수행하는 간호사를 뜻한다. 이는 협회가 인정하지 않는 직종이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동맥혈 채취나 수술 후 상처 소독 등은 반드시 의사가 하도록 돼있지만 의료공백이 발생하면서 PA 간호사들이 대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또 의사들이 떠나면서 간호사들에게 ‘이런 처방을 내려달라’고 처방을 부탁하고 갔는데 엄연히 권한 밖의 일”이라고 토로했다. 간협의 한 임원은 “의사들이 이런 일을 지시하면 위계적 업무 관계에 놓인 간호사들은 거부하기 힘들다”라며 “혹여 환자에게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고 나중에 위법한 진료를 한 혐의를 받게 될까 매우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전임의(펠로)나 교수들이 당직을 서며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사직서를 내는 전임의가 늘면서 이 역시 역부족이다. 경력 10년 이상의 한 간호사는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는 업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경력이 오래 된 간호사에게 의존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들은 “힘들어진 업무는 견딜 수 있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최전선에서 공감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호소한다. 일부 입원환자들이 수술 연기나 의사의 부재로 인한 불안을 간호사에게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거 간호사가 하면 의료법 위반 아니냐”며 문제 삼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호사는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뚝뚝 떨어져 의사를 호출해도 수많은 환자를 회진하던 교수가 곧바로 오지 못 하면 간호사가 스펀지처럼 환자들 불만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의사 파업으로 업무가 가중되긴 했지만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근무자 등 긴급의료지원단을 모집하는 공고에 간호사 1,000여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즉시 근무할 수 있는 간호사 200여명이 선별진료소와 임시생활시설, 병원 등 현장에 투입됐다. 지원자 가운데 222명은 9월에, 49명은 10월에 현장 상황에 따라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이달 18일부터 수도권에 94명, 비수도권에 56명을 우선 파견해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지원자들 개인 일정과 현장의 수요에 따라 파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간협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의료계의 파업 동참 요구에 “나이팅게일 선서에서 환자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고 헌신하기로 다짐했다”며 동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의사들에게 진료거부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의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전국 44만 간호사는 끝까지 국민과 환자 곁에서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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