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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 과시 파업·특권주의 물든 홍보… 의사들에 등돌린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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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 과시 파업·특권주의 물든 홍보… 의사들에 등돌린 여론

입력
2020.09.02 18:00
수정
2020.09.02 21: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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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의대 정원 확대 찬성, 공공의료 확충 필요"
전문가 "대안도 없이 정치적인 항복만 받아내려 해"
'전교 1등=의사' 표명하는 SNS 게시물 여론 빈축사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들이 13일째 파업을 벌이는 이유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이슈'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로 의사들과 정반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현장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에 답하지 않는 의사들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엘리트주의에 경도된 홍보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대중의 빈축을 사기까지 했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한 의사들의 거친 투쟁 방식에 대해 여론이 빠르게 식어 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일 의대 정원 확대와 보건의료 체계 개선과 관련해 국민 7만2,375명을 대상으로 8월 11~27일 두 차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첫 번째 설문조사인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6만9,899명 참여)에서 응답자의 56.5%가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했다. 반면 의료인 응답자(전체 응답자의 13%ㆍ8,862명)들은 대부분 정원 확대를 반대했다. 의대생의 찬성률은 9%, 전공의 8.5%, 개원의 7.2%에 불과했다.

두 번째 설문조사인 ‘보건의료체계 개선’(2,476명 참여)에서는 응답자의 44.1%가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 문제점으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택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중앙ㆍ지방정부가 중심이 된 지역 공공의료 기관 설립 및 강화’가 46.4%로 가장 많았고 의대 정원 확대ㆍ공공의대 설립(37.8%)이 뒤를 이었다.

전공의ㆍ전임의(펠로)ㆍ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사직서까지 내고 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이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의사들은 왜 외면받나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본관 접견실 앞에서 병원 교수들이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본관 접견실 앞에서 병원 교수들이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안은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사회 단체에서조차 반대를 표명할 정도로 세부안에 있어서는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특히 정부 장학금을 받은 의대생이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는 것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깨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사들의 주장도 사회적으로 논의해 봐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국민을 향한 막무가내 투쟁 방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파업을 벌인 것도 문제지만, 대안 없이 자기 주장 관철만 내세우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사도 파업할 권리는 갖지만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대안과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의사들은 여론의 지지나 정부 정책에 대한 대안도 없이 자신들의 위력만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정부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대안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올해 3월 23일 총선 공약으로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대 신설’을 내놨고, 의협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의료TF’를 구성했다. 그러나 의협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나서야 집단휴진 사태가 터진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전공의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철회’ ‘원점 재논의’와 같은 의미인데도 계속 자신들이 택한 단어(철회, 원점 재검토)를 관철시키려고 한다”며 “결국 정치적인 항복을 (정부로부터) 받아 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파업은 정부를 항복시키고 자신들의 미래 정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싸움”이라며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런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교 1등만 의사? "특권주의" 비판도

한국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1일 페이스북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며 이 게시물을 올렸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2일 오후 삭제했다.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한국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1일 페이스북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며 이 게시물을 올렸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2일 오후 삭제했다.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이날 의협 산하 연구기관인 의료정책연구소가 정부 의료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SNS에 올린 게시물도 여론의 빈축을 샀다. 이 연구소는 전날 오후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문제 형식의 게시물을 올렸다. 1번은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굴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선택지로는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를 제시했다.

‘전교 1등’ 등 성적이 의사 자질의 전부인 것처럼 설정한 상황은 의사들의 학력 차별, 특권의식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또 공공의대 ‘시민단체 추천제’는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인 것처럼 게시물을 만들었다. 비판이 빗발치자 의료정책연구소는 2일 오후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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