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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이 목숨 지켜달라"…응급현장마저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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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이 목숨 지켜달라"…응급현장마저 위태로워졌다

입력
2020.09.02 18:50
수정
2020.09.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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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중이라도 응급수술 차질 명백한 법 위반"
애먼 간호사에 "무급연차 쓰라" 지시도
대학병원들 사흘째 새 환자ㆍ초진 안 받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공의와 전문의가 정부의 보건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 옆에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이 의료계의 진료 거부 철회 및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그 가운데 입원환자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공의와 전문의가 정부의 보건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 옆에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이 의료계의 진료 거부 철회 및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그 가운데 입원환자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들은 의료계 집단 휴진(파업) 초기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료와 응급 수술 등 위급한 환자는 차질 없이 받고 있다”고 했지만, 응급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절규가 커지고 있다.

1일 “의료계 파업 멈춰주세요. 우리 아이가 죽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에는 2일 현재 3,950여명이 동의했다. 7일 출산을 앞둔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저희 아이는 대혈관 전위라는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나자마자 심장수술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대전에서 수개월 동안 서울 소재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아왔고 오는 7일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해당 병원에서 ‘아이를 낳아도 인큐베이터 자리가 없다’ ‘의료 파업으로 (수술할) 의사가 없다’며 병원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며 “만약 양수가 터져 대전에서 출산 후 급히 수술을 못해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국가의 배상이나 병원측 보상도 필요 없으니 제발 아이의 목숨을 지켜달라며 의료정상화를 요구했다.

의료계 파업 중이라도 응급 수술에 차질을 빚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이인재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장은 “전공의는 피교육생인 동시에 근로자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 받는다”면서도 “다만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분만실, 수술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현장에 근무하는 전공의의 경우 법적으로 단체행동이 제한되므로, 어떤 형태로든지 응급실 등의 의료현장을 이탈하는 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에 대한 1차 지휘권을 가진 각 병원 내 지도전문의는 정부가 나서서 의료인들의 파업 복귀를 요구하기 전에 전공의들을 통제해야 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도전문의는 전공의의 진로 등에 관한 평가를 맡는다. 그는 “신종 코로나 확산 등 의료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지도전문의들은 ‘상황이 엄중하니 조속히 복귀하라’고 권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을 지키는 애먼 간호사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한 대형병원에서는 진료가 줄줄이 미뤄지면서 이달 진료일정이 전면 중단되자 간호사들에게 무급 연차를 내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연월차 사용은 기본적으로 간호사 자율에 맡기고 있고 여름휴가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파업 이후) 연차를 쓴 간호사 수가 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파업으로 각 대학병원이 진료 축소를 이어가면서 의료공백도 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3차 총파업이 예고된 7일 외과 교수들의 휴진을 선언한 서울성모병원 외과는 하루 평균 30건가량이던 외과 수술을 일부 연기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교수 55명도 이날 집단 사직서를 작성하고 7일부터 진료를 거부하겠다고 결의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측에 사직서를 제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31일부터 병원을 처음 방문한 신규 환자나 각 분과에서 처음 진료 받는 초진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응급수술 건수는 평소 대비 절반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병원 관계자는 “예정된 수술은 50%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응급 수술을 포함해 최대 80%까지 소화한 날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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