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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 경찰관이 경찰서 조사실에는 왜?" 불법 수사 묵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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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구대 경찰관이 경찰서 조사실에는 왜?" 불법 수사 묵인 의혹

입력
2020.09.09 15:4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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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남부경찰서 1층 조사실에서 비수사부서인 모 지구대 소속 경찰관(오른쪽 아래)이 원래 형사고소 사건 담당 조사관을 옆에 앉힌 채 고소인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실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남부경찰서 1층 조사실에서 비수사부서인 모 지구대 소속 경찰관(오른쪽 아래)이 원래 형사고소 사건 담당 조사관을 옆에 앉힌 채 고소인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실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수사직무에서 배제된 지구대 경찰관이 소속 경찰서 조사실로 형사고소사건 고소인을 불러들여 조사를 진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수사 권한이 없는 경찰관이 직권을 남용해 수사에 부당하게 관여한 것인데도, 경찰은 이를 묵인했고 문제가 불거진 뒤엔 덮기에 급급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에서 보습학원 강사로 일하는 A(42)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남부경찰서를 찾았다. 농협에 등록된 자신의 주거래 계좌에서 4억여원을 몰래 빼돌린 전 부인 B(42)씨 등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재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B씨와 대질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앞서 농협은 해당 금융거래의 불법성을 인정했지만 검찰이 두 차례나 “혐의가 없다”고 사건을 종결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고, 이후 A씨가 증거를 보강해 재고소한 사건을 경찰이 또 다시 무혐의 송치했다가 검사의 대질 조사 지휘가 떨어진 터였다. 당시 A씨는 '이제서야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변호사와 함께 대질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 1층 조사3실로 들어간 A씨는 깜짝 놀랐다. 분명 사건 담당 조사관이 교체됐는데도, 그전 조사관인 C경위가 재조사를 하겠다며 기다리고 있어서다. C경위는 이 사건을 8개월간 뭉개다가 7월 22일 B씨 등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던 장본인이었다. 더구나 C경위는 지난달 14일자로 수사과 경제1팀에서 비수사부서인 지구대로 인사발령이 나 수사 권한도 없는 상태였다. C경위는 하루 뒤엔 A씨의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대질 조사 날짜를 잡기도 했다. A씨는 수상쩍다 생각은 했지만 '설마 또 사건을 갖고 장난치진 않겠지' 싶어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C경위는 B씨가 대질 조사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되레 A씨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C경위 태도를 의심한 A씨는 C경위에게 조사 자격이 있는지 따져물었다. 당시 조사실엔 실제 담당 조사관도 있었지만 C경위는 "(해당 조사관이)내용을 모르니까 제가 대신 (조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무시했다.

이에 A씨는 "지구대 경찰관이 경찰서 조사실에 와서 조사할 수 있냐. 소속이 어디냐"고 반발했다. 그런데도 C경위는 "왜요? 경찰관인데요(수사할 수 있다는 뜻)", "그게 뭐가 중요하냐", "(대질 조사)날짜를 다시 잡으라"고 막무가내였다. 참다 못한 A씨는 112로 C경위의 불법수사를 신고했고, 연락을 받고 출동한 청문감사관실 관계자가 C경위를 조사실에서 데리고 나가면서 조사는 중단됐다. A씨 측과 C경위 등이 조사실에서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과 경제1팀장이 들락날락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영상으로 녹화됐다. 당시 경찰은 A씨가 "경찰이 조직적으로 불법 수사를 묵인하고 있다"고 청탁 수사 의혹까지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자, 자체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까지 A씨를 상대로 감찰 민원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란 말만 반복해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C경위가 A씨 사건을 새로 배당받은 조사관의 부탁을 받고 조언을 해주려고 왔다가 선을 넘은 것 같다"며 "잘못된 부분을 인지하고 조사해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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