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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 막혀… 국내 반도체 업계 '표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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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 막혀… 국내 반도체 업계 '표정관리'

입력
2020.09.14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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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화웨이 물량이 샤오미, 오포, 삼성전자로 옮겨갈 것
② 삼성 스마트폰, 5G 통신장비 반사이익
③ 중국 '반도체 굴기'에 중대한 타격

미국의 초강력 제재로 15일부터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수입 길이 막히면서 당장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영업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화웨이 제재에 따라 받게 될 직ㆍ간접적인 수혜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15일부터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7일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신규로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당장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면서 단기적으로 영업에는 악재다. 매년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화웨이는 현재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한 곳이며,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 매출이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오포, 샤오미 등 규제를 받지 않는 다른 중국 업체나 삼성전자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오포의 경우 올 하반기 생산량 목표치를 상반기 대비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사의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하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사의 매출 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이미 예상되고 있었던 만큼 업체들은 거래선 다변화를 해온 상황"이라며 "샤오미, 오포 역시 삼성, SK하이닉스 반도체를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흔들릴만한 변수는 아니다"고 말했다.

화웨이 제재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외 다른 시장에서 얻을 수혜도 고려해야 한다. 화웨이는 올 2분기 삼성전자를 꺾고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등극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2억4,000만대를 출하했는데, 반도체 수급이 막히면서 내년에는 5000만대 미만으로 출하량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내 시장에서는 샤오미, 오포 등 중국 현지 업체들이 그 물량을 가져가겠지만 중국 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의 중국 외 수량은 약 41%로 1억대에 달한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웨이 제품에 대한 수요 이동에 따른 출하량 증가 효과는 삼성전자가 3,100만대, 애플 1,800만대, 샤오미 900만대, 오포 500만대, 비보 400만대라고 추산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고가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전체의 10%인 점을 감안하면 애플보다는 삼성전자로 더 많은 물량이 쏠릴 수도 있다.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 5G 기지국 시장에서 화웨이는 35%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보안에 문제가 있다며 해외 각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은 5G 장비 업체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는 점도 호재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기술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정부 예산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SMIC(중신궈지)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부품,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제재가 확대될 경우 사실상 SMIC는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국산화 핵심으로 인식되는 SMIC는 현재 중국 내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시장에서 카메라 이미지센서, 전력관리칩, 디스플레이 구동칩, 지문인식 등을 적극 공급하고 있다"며 "SMIC로 제재가 확대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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