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與 "국방부가 입장 내라" 하루 만에... 당직사병 '꼬리'만 자른 국방부

알림

與 "국방부가 입장 내라" 하루 만에... 당직사병 '꼬리'만 자른 국방부

입력
2020.09.14 01:00
5면
0 0

與 황희, 최초 의혹 제보한 당직사병? 향해
"철부지의 불장난" 비판 단초 제공
'현장 지휘관 행정 착오 사건'으로 덮을 가능성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와 화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와 화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 특혜 휴가 의혹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10일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참고자료를 냈다. 국방부 자료는 의혹의 정황을 폭로한 당직사병 A씨의 양심 선언을 결과적으로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만들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버렸다”며 A씨를 실명 저격한 빌미가 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규정상 서씨 휴가에 문제가 없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A씨 때문에 일이 커졌다’는 게 황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의 논리다. 서씨와 함께 카투사로 복무한 A씨는 2차 병가가 끝난 서씨가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2017년 6월 25일 당직사병으로, 서씨 복귀를 요구한 당사자다.

문제의 참고자료는 국방부가 황 의원을 비롯한 여당 국방위원들과 당정 협의를 한 다음날 나왔다. 의혹을 진화하기 위한 당정의 사전교감설까지 제기됐다. 국방부가 권력 눈치보기를 하느라 의혹은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애꿎은 A씨와 현장 지휘관들의 책임만 묻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꼬리 자르기’ 시도 아니냐는 것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 복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관련 이슈들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 복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관련 이슈들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여권의 당직사병 공세에 국방부도 가담한 꼴?

지난 9일 당정 협의에서 여당 국방위원들과 국방부가 사전 모의했고, 그 결과 다음날 문제의 참고자료가 나왔다는 의혹이 13일 새로 제기됐다. 국방부는 해당 자료에서 ‘서씨 휴가에 문제가 없다’고 못박지 않았다. 국방부는 '국방부 훈령(민간병원 입원인 경우에 한해 요양 심의를 거쳐야 한다)이 육군 규정(병가 연장 시 요양 심의를 거쳐야 한다)에 우선한다'는 등의 규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설명은 ‘군 병원 요양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구두 승인으로 휴가를 연장한 서씨 휴가가 정상적’이라는 해석의 근거가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당정 협의와 관련해 “정기국회를 앞두고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추 장관 아들 건이 이슈가 되니까 국방위원들에게 해당 규정에 대해 설명했을 뿐 자료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10일 참고자료를 낸 것은 전날 (추 장관 부부가 휴가 연장 민원을 직접 했다는 내용의) 국방부 문건이 언론에 보도돼 대응한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 역시 “원래 3일이었던 당정 협의 일정이 국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서 9일로 미뤄진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휴가 규정에 대한 입장을 군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도의 의견 전달만 했다”고 말했다. 내용까지 협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군의 입장 표명을 여당 의원들이 어떤 수위로든 요구했다는 뜻이다. 황 의원은 국방부 발표 이틀 뒤인 12일 페이스북에 A씨를 범죄자로 표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주요 현안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주요 현안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여전한 의문들… '현장 지휘관 행정 착오'로 덮나

국방부는 자료에서 ‘서씨 휴가의 무고함’을 입증할 규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정작 핵심 증거인 ‘병가 명령서’의 행방에는 침묵했다. 2차에 걸친 병가와 개인 휴가가 정상적이었다면 휴가명령서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기록으로 남은 건 개인 휴가(2017년 6월 24~27일) 뿐이다. 이마저도 하루 뒤인 25일 발부됐다. 서씨의 1ㆍ2차 병가 명령서는 없는 상태다. 애초에 발급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당시 여당 대표였던 추 장관 측의 청탁 의혹이 ‘육군 지휘관들의 행정 착오 사건’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당시 서씨 휴가를 관리한 육군 지휘관들에게 병가 명령서를 제대로 발부 안 한 책임을 묻는 선에서 이번 사태가 종결될 수 있다.

국방부 발표 다음날 실명 입장문을 낸 이철원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대령)은 이런 시나리오를 걱정했을 수 있다. 그는 “추 장관 아들의 병가 관련 예비역 카투사(A씨)의 양심 선언을 보면서 당시 최종 지휘관으로 침묵하기에 마음이 불편했다”며 “이 시간에도 많은 군 간부들은 저보다 더 강직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씨 통역병 청탁 움직임이 일자 선발 방식을 제비뽑기로 바꾼 장본인이다.

한편 국방부는 '특혜 휴가' 의혹을 밝힐 핵심 증거인 서씨의 연대행정업무 복무기록을 지난 6월 말에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 부부의 민원 상황이 담긴 기록으로, 결과적으로 이 자료가 늦게 제출되면서 당시 상황을 밝힐 통화 녹음 기록(보관 기한인 6월 중순 파기 예상)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검찰이 요구하면 자료를 제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의적 늑장 제출'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승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