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이 늘면서 업소에서 쓰던 각종 장비와 집기, 기구 등이 중고 매물 시장에 쌓이고 있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로 타격을 입은 음식점을 비롯해 고위험시설로 분류되 영업을 할 수 없게된 PC방과 노래방 등에서 폐업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쌓여 가는 폐업 매물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15일 오후 국내 '중고 PC의 집결지'라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내 선인상가 4층. 너비 2m 남짓한 복도와 통로 곳곳에 중고 PC가 수십 대 단위로 벽돌처럼 쌓여 있었다. 집합금지명령으로 영업을 하지 못한 데 따른 손실에다 임대료 등 고정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전국의 PC방에서 쏟아져 들어온 폐업 매물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중고 조립 PC를 취급하는 한 업체 대표는 "최근 들어 폐업을 앞두고 중고 PC 매입 단가를 문의하는 점주들의 전화가 하루에 10통 이상씩 오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폐업한 PC방에서 대량으로 들여 온 중고 PC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 탓에 고사양 PC가 필요해진 개인 매수자들에게 팔려나간다.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중고PC 판매량이 3배 가량 늘었지만 폐업 업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기에 좋아하는 내색조차 하지 못한다.
쓰던 기계를 내다 팔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 중구 대림상가에서 중고 노래방 기기를 취급하는 업체 대표는 "집합금지로 영업이 중단된 노래방은 출입금지 조치가 풀려야 폐업 절차도 밟고, 기계도 팔 수 있을텐데 출입금지 때문에 그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아마 출입금지 조치가 풀리면 그동안 문의만 해 오던 업주들이 몰려올 거 같다"며 씁쓸해 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나온 중고 식기와 주방용품을 주로 취급하는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의자나 탁자와 같은 집기와 냉장고, 싱크대 등 폐업 매물이 점포 앞 거리는 물론 골목 곳곳에 쌓여 있었다. 폐업은 흔하고 개업은 드물다 보니 사들인 중고 물품이 팔리지 않아 보관 창고마저 가득 찬 탓이다.
찾는 손님은 없고, 폐업 점포에서 물건을 실어 온 트럭만 간간히 오갈 뿐인 주방거리는 한산했다. 중고 주방용품 점포 주인들은 덩달아 겪는 불황에 울상을 지을 뿐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도소매업, 외식업, 개인서비스 업종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향후 업종 전망에 대한 질문에 '폐업을 고려한다' 또는 '폐업 상태일 것'이라 답한 사람이 전체의 71.8%에 이를 만큼 비관적이었다.
끝 모를 코로나19 사태로 쌓여가는 폐업 매물 만큼 자영업자의 한숨도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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