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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만원 예물 부담에 "결혼은 괴로워"...中 '혼수 개혁' 통할까

입력
2020.10.04 10: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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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省 "현금 170만 상한" 스몰웨딩 장려
남녀성비 불균형 갈수록 심각... 해법 난항

결혼을 앞둔 중국 남녀가 베이징 자금성 인근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결혼을 앞둔 중국 남녀가 베이징 자금성 인근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신랑의 예물은 1만위안(17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중국 산둥성 이수이현이 최근 내놓은 혼수 풍습 개혁 방안이다. 이외에도 △웨딩카는 6대로 제한하고 △피로연 테이블은 10개 이내로 줄여 직계가족만 초대하고 △축의금은 200위안(3만4,000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그야말로 ‘스몰 웨딩’이다. 다만 오랜 전통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각자 실정에 맞게 적용하면 된다”며 “강제조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도한 결혼비용은 중국의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특히 신랑이 처가에 보내는 현금예물인 ‘차이리(彩禮)’가 늘 말썽이었다. 2017년 허난성에서 부모가 아들의 신혼집과 11만위안의 차이리를 마련하다 20만위안의 빚을 졌는데, 첫날 밤 차이리 처리를 놓고 신혼부부가 다투다 신랑이 신부를 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론조사에서 허난성 주민 75%는 “고가의 현금예물에 반대한다”고 답했지만 그뿐이었다.

중국 인민일보가 2017년 공개한 '전국 예물 지도'. 베이징시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경우 20만위안과 집 한 채로 표기돼 있다. 인민일보 캡처

중국 인민일보가 2017년 공개한 '전국 예물 지도'. 베이징시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경우 20만위안과 집 한 채로 표기돼 있다. 인민일보 캡처

충격적인 소식에 논란이 커지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전국 예물 지도’를 작성했다. 지도에 따르면 베이징시의 예물은 2013년 1만위안과 선물에서 2017년 20만위안과 집 한 채로 크게 뛰었다. 4년 전 8,888위안에 그쳤던 신장위구르 자치구도 베이징 수준으로 올랐다. 구이저우는 2만위안에서 8만8,000위안으로, 간쑤성 일부 지역은 18만위안까지 치솟았다. 당시 농촌지역 공무원이 월급(6,000위안ㆍ100만원)을 족히 3년은 꼬박 모아야 하는 거액이다.

이에 2018년 저장성 원저우시부터 지난 7월 푸젠성 취안저우시까지 전국 각지에서 결혼 예물을 제한하는 지침을 만들었지만 공염불이었다. 중국 민법전은 결혼 명목의 금품 갈취를 금지하면서도 현금예물은 예외로 두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는 2020년판 예물 지도를 보면, 장시성이 38만위안으로 가장 높았고 푸젠성(30만위안), 절강성(25만위안)이 뒤를 이었다. 3년 사이 신랑의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중국 예비부부가 지난 2015년 10월 서울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중국 예비부부가 지난 2015년 10월 서울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남녀의 성비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배우자를 구하려는 남성간 경쟁이 심해져 예물 시세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는 30대의 경우 101.13에서 20대는 110.76, 10대는 118.91로 크게 늘고 있다. 결혼 적령기인 25~35세 청년의 경우 86%가 “돈, 특히 예물 때문에 결혼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스몰 웨딩 비율을 9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사생활에 간섭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반발도 적지 않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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