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Gㆍ4G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이통사들에 3조5,000억원 부과 검토?
업계, "기존 주파수 경제 가치 비현실적
5G 투자 위축, 디지털 뉴딜 악영향 우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정부의 3세대(3G)ㆍ4G 주파수 재할당 방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각국에선 이미 진일보한 5G 네트워크 구축에 올인하고 나선 상황에서 기존의 3G나 4G 주파수 재할당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내야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5G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이통사 내부에선 불필요한 출혈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1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만료 예정인 3Gㆍ4G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이동통신사들에게 3조5,000억원 이상의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통사가 일정기간(5~10년) 동안 공공재인 주파수 사용을 위해선 정부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이통3사가 각각 사용 중인 3Gㆍ4G 주파수 대역(총 310㎒)은 내년 6월 이용 기간이 종료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재할당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역별 적정 이용 기간과 합리적인 대가 등 세부 정책 방안을 11월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재할당 대가다. 전파법 시행령에선 주파수 재할당 때 정부산정식(예상ㆍ실제 매출 3%)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 할당 대가(과거 경매가) △할당 대상 주파수의 특성 및 대역폭 △할당 대상 주파수의 이용기간ㆍ용도 및 기술 방식을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부산정식대로만 재할당을 할 경우 이통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1조원 중반대인 반면, 과거 경매가를 반영하면 3조원대로 높아진다. 이통사에선 기존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가 최초 경매 때와 다르기 때문에 과거 경매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과기부의 속내는 다르다. 과거 경매가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 기금의 부족분 충당을 위해 재할당 대가의 추가 인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과기부내 '재할당 연구반'에선 최근 이통사들이 차세대 기술인 동적주파수공유(DSS)를 적용하게 되면 재할당 대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DSS는 4G 가입자가 5G로 이동하면서 생긴 유휴 4G 주파수를 5G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를 통해 4G 주파수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선 이미 구축된 4G 장비를 철거한 뒤 새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정부가 디지털 뉴딜 기금 부족분을 재할당 대가를 통해 충당하려는 것은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이통사에선 5G 투자도 급한 형편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들은 5G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 국방혁신위원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선 "5G 선발주자는 무선기술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수천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5G 해외 영향력 확대를 지속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제재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은 3G, 4G 도입이 늦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향후 5년 간 인공지능, 이동통신, 빅데이터 등 5G 관련 인프라 건설에 48조6,000억위안(약 8,350조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제시한 5G 투자 활성화 지원책은 미미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지난달 정부는 5G 투자 활성화를 위해 5G 무선국 등록 면허세를 2023년까지 50% 감면키로 결정했지만, 감면액 규모는 이통3사를 합쳐 2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과기부가 2022년 상반기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 이통사에 요구한 투자액인 25조원의 0.01%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과기부에서 올 초 지원책으로 제시한 5G 세액 공제 역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연내 일몰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전 세계가 5G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5G 투자가 활성화하고 디지털 뉴딜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재할당 대가마저 인상하면 5G 투자는 위축되고 디지털 뉴딜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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