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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가족 "현금 인출 4억 지원금, 어디에 사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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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가족 "현금 인출 4억 지원금, 어디에 사용했나"

입력
2020.09.22 17:18
수정
2020.09.22 17: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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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정의연 '김복동 센터' 건립기금을 기부하는 길원옥 할머니 오른쪽은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검찰은 지난 14일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직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여러 혐의로 기소하면서 '준사기'도 적용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30일 정의연 '김복동 센터' 건립기금을 기부하는 길원옥 할머니 오른쪽은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검찰은 지난 14일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직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여러 혐의로 기소하면서 '준사기'도 적용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통장에서 8년 동안 4억원 안팎의 현금이 인출된 사실에 대해 길 할머니 가족은 "어머니는 통장에 들어온 지원금이 현금으로 출금된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길 할머니 통장을 할머니 의지와 상관없이 임의로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의연은 "할머니 돈은 할머니 뜻에 따라 사용됐다"고 반박, 진실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는 2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할머니 명의 통장 3개를 확인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5월 처음으로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을 폭로하자 길 할머니의 양아들인 황선희(61) 목사 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마포쉼터 관계자에게 어머니의 통장을 요구했다고 한다. 6월초 마포쉼터 관계자가 건네 준 할머니 명의 농협 통장에는 2015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5개월 동안 서울시 등으로부터 2억9,000만원가량의 지원금이 입금됐고, 같은 기간 2억8,800만원이 출금된 걸로 돼 있었다. 조씨는 "정말 충격을 받았다"면서 "쉼터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자 갑자기 용서를 빌었다"고 했다.

길 할머니 가족은 이후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길 할머니 명의의 또다른 통장(국민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한다. 가족 측이 할머니의 농협 통장내역을 참고자료로 제출하자 검찰이 "할머니 명의의 또다른 통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재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가족 측은 곧바로 할머니를 모시고 은행에 갔고, 할머니 명의의 국민은행 통장 2개를 추가로 찾을 수 있었다. 하나는 거래정지 상태였지만, 나머지 하나는 2012년 7월부터 정부 지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들어오고 있었다. 조씨는 "국민은행 통장 역시 농협 통장처럼 지원금이 입금되면 곧바로 출금이 됐는데 108번에 걸쳐 무려 1억1,1400만원이나 출금됐다"며 "할머니는 이런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어 가족으로선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길 할머니 국민은행 통장 내역. 서울시 지원금 166만원이 입금되자마자 전액 현금출금됐다.

길 할머니 국민은행 통장 내역. 서울시 지원금 166만원이 입금되자마자 전액 현금출금됐다.


조씨는 길 할머니의 통장에서 출금된 돈이 모두 자신들에게 전달됐을 거란 일각의 의혹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머니가 마포 쉼터에 계실 때 매주 찾아뵀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가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5만~10만원씩 줬고 매달 50만원 정도의 돈을 받기 시작한 것도 불과 3년 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 통장에 들어온 정부 지원금 4억원 가량이 전액 현금 인출된 부분에 대해선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아 허탈하다고 했다. 조씨는 "통장에서 현금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도 없고, 당시 통장을 관리했던 쉼터 직원이 사망해 검찰에서 입증이 어려워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며 "출금된 돈의 용처라도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 가족 측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수년간 할머니의 계좌가 어떻게 관리됐는지 알 수 없고, 돌아가신 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데 욕된 주장만 난무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다만 그동안 할머니를 보살피며 봤을 땐 할머니의 돈은 할머니의 뜻에 따라 사용됐다는 말씀만 드린다"고 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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