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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개발 앞당기려고... 英 '고의 감염' 시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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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개발 앞당기려고... 英 '고의 감염' 시험 논란

입력
2020.09.24 22:30
수정
2020.09.25 08:5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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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벗어날 백신 조기 개발 시급"
"확실한 치료법 없는 바이러스 주입 위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영국에서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기 위해 인체 유발반응 시험이 추진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영국에서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기 위해 인체 유발반응 시험이 추진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건강한 성인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을 실시한다. 기존 임상시험보다 빠르고 정확하지만 윤리적 논란도 만만치 않은 방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내년 1월 런던 근교에서 영국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HCT가 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백신 후보물질의 HCT에 착수하는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관련 연구팀은 내주에 HCT 개요를 공개할 예정이다.

FT에 따르면 미국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단체 '원데이수너(1DaySoonerㆍ하루라도 빨리)'를 통해 이미 2,000여명이 이 시험에 지원한 상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제약회사 에이치비보가 이끄는 연구팀은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한 참가자들에게 한 달 뒤 바이러스(SARS-CoV-2)를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한다. FT는 "참가자들은 최대 3,750파운드(약 558만원) 이상의 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HCT는 장티푸스ㆍ콜레라ㆍ말라리아 등의 백신 개발 과정에서도 활용된 적이 있다. 전통적인 백신 개발에는 통상 10여년이 걸린다. 시험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되는 데에만 수개월씩 걸린다. 역사적으로 가장 빨리 개발된 백신으로 꼽히는 볼거리 백신도 개발 착수로부터 4년이 소요됐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는 확실한 치료제가 없어 윤리적ㆍ의학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젊고 건강한 자원봉사자들은 고령층에 비해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낮다지만 주입하는 바이러스 양에 따라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만성 피로감 등 코로나19의 장기적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HCT 연구팀이 준비한 대책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렘데시비르를 구비한 정도다.

의학계에서는 그간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려면 백신 개발이 시급한 만큼 HCT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5월 과학적 정상성, 위험ㆍ이익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엄격한 사전동의 등 8가지 기준을 전제한 HCT 윤리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클레어 와딩턴 영국 케임브리지대 감염병 임상강사는 "HCT는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는 방법으로 잘 확립돼 있고 코로나19에 대한 의학계의 이해도도 충분히 높아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반면 안젤라 라스무센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우리는 군인들에게 방탄조끼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총을 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치료법이 없고 정보가 불완전한 질병에 대한 HCT는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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