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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엄마 계단에서 밀었어야..." 유튜브·SNS 파고든 악플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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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엄마 계단에서 밀었어야..." 유튜브·SNS 파고든 악플러들

입력
2020.10.07 04:30
수정
2020.10.07 09: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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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된 '스무살' 댓글 문화]
(1)막을수록 교묘하고 독해진 악플러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와 트위치 등에서 게임 관련 개인방송을 진행 중인 A씨는 한동안 방송을 쉬어야만 했다. 최근 '한 번만 만나 달라'는 내용으로 보내온 300통 이상의 스토킹성 이메일과 메시지에 생겨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내용도 노골적인 성희롱에서부터 가족에 대한 살해 협박 등으로 갈수록 변질됐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도 불안감에 시달린 그는 결국 악플러를 고소하기로 했다.

20여년 전, 인터넷 상에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등장한 댓글. 격려와 위로의 선플도 있지만 악플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댓글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급기야 포털업체들은 일부 뉴스에 한해 댓글창을 아예 차단시켰다. 이에 악플러들은 비뚤어진 분노와 심술을 또 다른 인터넷 공간에서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악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포털 뉴스 댓글에 모였던 악플러들이 요즘 모여드는 곳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한 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커지는 '풍선효과'인 셈이다.

최근 무차별적인 악플로 가장 시름하는 곳은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을 포함한 개인방송 중심의 동영상 플랫폼이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방송 특성상 채팅창에 올라오는 반응을 일일이 걸러내기가 어려운 데다, 읽지 않으면 그만인 기사 댓글과 달리 어쩔 수 없이 당사자가 읽게 되는 구조여서 피해가 크다. 실제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 선수는 올해 8월 트위치로 게임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악플러로부터 할머니를 언급한 메시지에 잠시 침묵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위치엔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본인이 보낸 메시지가 방송 화면 위에 크게 띄워지는 '도네이션'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악용해 모두가 보도록 악플을 남긴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개인형 SNS의 경우엔 악플이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진다는 점에서 특히 유명인들의 고통이 심한 공간이다. 프로배구선수 이재영은 지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네티즌으로부터 받은 충격적인 다이렉트메시지(DM)를 공개했다. 악플러는 국가대표 배구선수였던 이 선수의 어머니를 험한 말로 거론하며 "임신했을 때 계단에서 밀었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한 내 잘못"이라는 등의 입에 담지 못할 악성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이유가 더 황당했다. 단순히 자신이 응원한 팀에게 오심이 내려졌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씨는 이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악플의 대상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기존엔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주된 타깃이었다면, 요즘엔 유튜버나 SNS상에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심지어 일반인까지 공격의 대상이 된다. 신고 대상인 노골적인 성희롱이나 욕설은 오히려 편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수 만명 수준인 B씨의 경우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지적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B씨는 "간만에 카페에 갔다고 SNS에 올렸더니, 애는 안 보고 왜 밖에 나다니냐는 사람부터 옷차림과 얼굴 표정을 트집 잡는 사람까지 등장했다"며 "모든 게시물을 따라다니며 지적하는 정도가 심해지니 스트레스가 심해져 악플러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해외 기업 협조 관건... 개인간 메시지는 처벌도 어려워

국민들이 생각하는 악플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

국민들이 생각하는 악플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

문제는 악플러들이 해외 SNS나 동영상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면서 색출이 더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유튜브(구글)와 트위치(아마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해외 서비스의 경우 이전보다는 수사 협조 사례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협조를 받기 쉽지 않고 해외 서버인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고소를 위해 변호사나 경찰을 찾아가더라도 "이름과 연락처 또는 집 주소를 알아와야 한다"는 식의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해자 대부분이 법적 절차 밟기를 꺼린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본사에서 악플러의 신원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면 상대를 특정할 수 없어 기소까지 넘어가기가 힘들다"며 "아직 해외기업들이 국내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스 댓글창이나 게시판과 달리, 개인 간 주고 받은 다이렉트메시지(DM)와 이메일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엔 한계가 있다. 특히 성희롱은 성폭력처벌법 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해당돼 처벌이 가능하지만, 단순히 심한 욕설인 경우에는 '반복적으로' 피해를 당해야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 비공개 계정으로 심한 욕설을 단발성으로 보낸 뒤 계정을 삭제해버리면 사실상 고소가 힘들다는 뜻이다.

어렵게 기소가 되더라도 악플러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나 모욕죄의 경우 수십만원에서 많아야 수백만원의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특히 초범의 경우 약식기소로 100만원 안팎의 벌금이 선고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벼운 처벌인 셈이다.

허 변호사는 "과거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널리 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각종 SNS와 가짜뉴스 때문에 퍼지는 속도가 손댈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과거보다 형사든 민사든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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