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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슈만의 마음, 이젠 알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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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슈만의 마음, 이젠 알 거 같아요"

입력
2020.10.06 15:5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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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국 투어 시작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9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0여곳 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빈체로 제공

9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0여곳 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빈체로 제공


"슈만은 참 복잡한 삶을 살았어요. 그래선지 젊었을 적엔 그의 곡이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작곡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연주합니다. 누군가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의 대변인이 되는 일이니까요."

'왜 슈만인가'란 질문에 대해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6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내놓은 대답이다. 그는 지난 5월 슈만 앨범을 녹음한데 이어 9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칭에 걸맞게, 슈만을 선정한 이유가 묵직했다.

백건우는 "스스로 짐을 싸서 정신병원에 걸어들어가는 슈만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의 음악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말로 쉽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작곡가를 이해하는 때가 오는데, 가장 최근엔 슈만이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동시에 슈만은 백건우에게 "피아노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슈만이 활동했던 낭만주의 시대는 피아노 소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기도 했다.

백건우는 바로 그 슈만의 양면성에 집중했다. 그는 "슈만은 죽을 때까지 어린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했으면서도, 인생의 쓰라림이 가득했던 사람이었다"며 "그런 면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공개한 새 앨범은 슈만의 내성적이면서도 광기에 젖은 두 자아를 상징하는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이라는 제목의 두 장의 CD로 구성됐다. 백건우는 "이런 양면성이 슈만에게 창작의 자극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건우는 지난 5월 경남 통영에서 새 앨범 '슈만'을 녹음했다. 빈체로 제공

백건우는 지난 5월 경남 통영에서 새 앨범 '슈만'을 녹음했다. 빈체로 제공


백건우는 작곡가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여느 연주자와 마찬가지로 작곡된 시대와 그 시대 생활상에 대해서도 공부하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답은 악보에 있다"며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9일부터 시작할 공연의 프로그램 순서를 짤 때도 "어떻게 하면 관객의 심리적 흐름과 가장 부합할지 고민하며" 정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소회도 이와 비슷했다. 백건우는 "음악은 단지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일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있는 어떤 힘을 끌어내 인생을 보다 명확하게 채워주는 존재"라면서 "그렇기에 코로나19 시대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어느덧 일흔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거장이 다음에 보여줄 이는 누굴까. "글쎄요, 누가 나타날까요? 저도 미리 정할수가 없어요. 마음에 끌리는 사람이 늘 찾아왔거든요. 앞으로도 그럴거고요. 하는데까지 해야죠."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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