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발화지점 12층 아닌 '3층 테라스' 특정
10일부터 CCTV 영상 분석, 특이점 확보 실패?
목격자 신고자 없으면 화재원인 수사 난항 우려
'방화ㆍ실화 ' 못 밝히면 보상, 형사처벌도 미궁?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울산 주상복합 화재 원인 규명이 최대 과제로 남겨진 가운데 향후 원인 규명은 CC(폐쇄회로)TV나 목격자 진술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재발생 나흘째인 11일 밤까지 정확한 화재원인을 특정할 CCTV 자료나 목격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현재로선 구체적인 원인은 물론 이번 화재의 '실화ㆍ방화 여부' 규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피해 보상ㆍ배상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울산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후 4시 현장에서 2차 합동 감식 중간 브리핑을 갖고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처음 시작된 지점은 3층 야외 테라스"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소방당국이 신고를 토대로 발화지점으로 지목해 온 '12층 발코니'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화재원인 조사가 원점부터 다시 이뤄지게 됐다.
감식에 참여한 방경배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감식의 첫 번째 목적은 발화 원인을 규명하고 발화 부위를 특정하는 것"이라면서 "오늘 감식에서 발화 부위는 3층 야외 테라스에 있는 나무 데크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 계장은 "통상 발화 지점을 특정할 때는 연소 패턴, 그을림, 탄화 심도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한다"며 "3층에서 아주 높은 온도에서나 발생하는 시멘트 박리 현상이 확인해 감식에 참여한 기관 사이에 발화 지점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찰은 10일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CCTV 영상자료를 확보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목격자와 신고자들을 상대로도 화재, 특히 발화 당시의 상황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이 11일 오후에야 감식을 통해 3층 테라스가 최초 발화지점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뤄 CCTV나 목격자 등 핵심 수사 대상에서 현재까지는 결정적인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식적인 판단에서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에서 결정적인 자료를 확보하고도 11일 발화지점만을 특정한 채 발화원인 공개를 늦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CTV가 발화지점인 3층 테라스 일대가 심하게 불에 타면서 훼손됐을 가능성과 함께 시간적 차이에 따른 원인 불특정 우려, CCTV 카메라가 발화지점이 아닌 엉뚱한 곳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분석 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목격자나 신고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이 역시 화재발생 나흘째인 11일까지 특이한 목격자나 신고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CCTV나 목격자에서 화재원인과 직결되는 '사실관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번 화재 원인 규명은 장기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방화나 실화 등 '책임소재 불분명'에 따른 손해배상, 손실보상은 물론 손해보험사의 보상과 시공사의 보상책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실화자나 방화자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입주민 400명이 보금자리 생명을 위협받은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찰수사의 향배에 촉각이 쏠리게 됐다. 방 계장은 "(불이 시작된) 데크 위 벽면에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 있다"고 밝혀 알루미늄 복합패널에 불을 붙인 원인 제공이 어떻게 이뤄졌는가가 앞으로 경찰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경찰은 11일 합동감식 결과 3층 테라스 외벽부터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V'자 형태로 불이 번진 흔적이 있으며, 감식 결과와 종합하면 3층에서 시작된 불이 화재에 취약한 건물 외장재에 옮아붙으면서 불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잔해물 분석, 수사팀의 수사 결과 등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동 감식에는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소속 30여명이 참여했다.
앞서 8일 밤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불이 나 9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고, 옥상 등 피난층에 대피해 있던 77명이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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