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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할퀸 김선동 사퇴… 내홍은 ‘이 때’ 잉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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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할퀸 김선동 사퇴… 내홍은 ‘이 때’ 잉태됐다

입력
2020.10.14 14:45
수정
2020.10.15 16:5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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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사가 시장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커지면서다.

비대위 위기설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겐 상처가 남았다. 김 위원장이 김 전 사무총장의 서울시장 출마 잡음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일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 김홍일 의원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 김홍일 의원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총장은 다 계획이 있구나’ 부쩍 번진 연말 사퇴론

비대위에 분열의 씨앗이 싹튼 건 박원순 전 시장이 돌연한 사망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정된 7월 즈음이다. 김 전 사무총장도 후보군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친박근혜계 출신인 그는 여당 텃밭인 서울 강북 지역(도봉을)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김 위원장이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으로 낙점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당 안팎 인사들을 접촉하며 사실상 출마 준비를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최근 들어서는 “김 전 사무총장이 연말쯤 사무총장에서 사퇴하고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 할 것”이라는 구체적 시나리오도 나돌았다. 서울지역 당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 것이 소문을 부채질하면서 사무총장의 ‘자기 정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사무총장의 ‘사심’이 끼면 당무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며 “당직이냐 출마냐 일찌감치 결단하지 않으면 뒤탈이 날 거라는 걱정을 했지만, 사무총장 권력 앞에서 다들 입을 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시도당위원장 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시도당위원장 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총장이 선대위원장 고사하면서 꼬여”

분란은 ‘보궐선거 선거대책위 사건’으로 폭발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 선거 기구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인데, 김 전 사무총장이 '부위원장을 맡겠다'고 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출마 결심이 서면 선대위에서 부담 없이 빠지려는 포석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위원장 후보로 원외 인사 여럿을 김 위원장에게 추천했다. 김 위원장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여 선대위 출범이 계획보다 일주일 정도 미뤄졌다.

진통 끝에 낙점된 인물이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였다. 서울 출신이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경제부총리 등을 지낸 ‘경제통’이란 점에서 김 위원장이 낙점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로 친박당’이란 뒷말이 나오며 김 위원장이 인선을 뒤집었다. 선대위도 경선 룰만 정하는 경선준비위로 체급을 낮췄다. 당 내부에서조차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시켜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목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안 띄우느니만 못하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 비대위원장 회의실에서 김영모 인하대 의료원장 등 주요 대학병원장들과 만나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인사를 마친 김 비대위원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 비대위원장 회의실에서 김영모 인하대 의료원장 등 주요 대학병원장들과 만나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인사를 마친 김 비대위원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결정 느린 김종인 리더십이 일 키워”

이후 김 전 사무총장을 향해 ‘하루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 위원장도 “경선준비위는 룰을 세팅하는 자리인데 경선에 입후보하는 사람이 거기 들어가면 안 되는 게 상식”이라고 에둘러 압박했다. 경선준비위원장인 김상훈 의원도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 의사를 갖고 계시는 분이 아직도 경준위에 계시다면, 그런 분들께서도 용퇴를 하지 않겠나”라고 김 전 사무총장을 직격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더 버티지 못하고 사의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바로 수락했다.

이번 잡음은 김종인 비대위에 선명한 상처를 남겼다. 김 전 사무총장 거취 문제를 정리하지 않은 김 위원장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위원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당직자는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이 먼저 나서서 정리하기보다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사후에 비토를 놓는 특유의 스타일이 일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스스로 다시 서지 못한 채 김 위원장 한 명에게 미래를 맡겼다. 김종인 비대위의 당 쇄신이 실패하면 국민의힘은 다시 한 번 주저 앉게 된다. 김 위원장 체제가 서서히 흔들리면서, 비대위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만큼 김 위원장이 리더십을 다시 다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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