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기 전에 엄마,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기소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아들의 서울대 포스터(약식 논문의 일종) 저자 등재와 관련 '엄마찬스' 논란에 휘말린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역할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앞서 자녀 관련 의혹을 샀던 여권의 조국ㆍ추미애 전현직 법무부 장관을 에둘러 언급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치인이기 전에 엄마인 저는 그저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제 하루 종일 '나경원' '서울대' '부탁' 세 단어로 혼이 났다"며 "쏟아져 나오는 기사를 보면서 지난 2014년의 기억을 다시 꺼내어 봤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의 아들 김모씨는 전날 국회에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을 공개하면서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관련 결정문에서 서울대는 '비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 포스터에 김씨가 제4저자로 표기된 것은 부당한 저자표시라고 판단했다. 또 나 전 의원의 부탁으로 김씨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결론도 내렸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아들의 연구 논문 포스터 공동 저자 등재에 대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내용. 서동용 의원실 제공
다만 논란이 됐던 포스터 두 편 중 한 편에 관해선 부당한 저자표시가 아니라고 봤다. 김씨가 1저자로 등재된 '광전용적맥파와 심탄동도를 활용한 심박출량 측정 가능성에 대한 연구' 포스터에 대해서는 "김씨는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결과를 분석했으며, 논문과 포스터를 직접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끈 떨어진 사람'"… 추미애ㆍ조국 에둘러 언급하며 선 긋기도
조국(왼쪽)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나 전 의원은 "6년이 넘게 지났지만 지금도 그해 여름의 기억은 생생하다"라며 "서울시장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한 지 30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이었다"라고 전했다. 주위로부터 정치에서 멀어진 지 너무 오래돼 소위 '끈 떨어진 사람'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들을 정도로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의 신분이었다는 해명이다.
나 전 의원은 2014년 여름방학을 맞아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며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유독 관심이 많던 아이가 과학경진대회에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그는 "중학교부터 미국으로 건너간 아이는 한국에서 연락을 드려볼 만한 과학 선생님이 없었던 것"이라며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 이리저리 궁리하다 지인을 통해 도움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직 의원 신분으로 보좌관을 시켜서 무리한 부탁을 관철시킨 것도 아니었다"며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의혹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또 "총장이나 학장한테 연락을 해서 아래로 압력을 가한 것도 아니었다"며 "하지도 않은 연구의 주저자로 이름을 올리게 조작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이 한 연구에 부정하게 편승한 것도 아니다"라고 조 전 장관 자녀 관련 시비를 걸고 넘어지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아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지인의 배려, 그리고 아들의 성실한 연구. 이것이 진실의 모든 것"이라며 "그 외의 어떠한 공격과 비난도 결코 진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 오늘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생각에 잠겨본다. 6년 전 그 여름의 나경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난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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