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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코로나 경제 타격에도 미국민 신용도는 최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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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코로나 경제 타격에도 미국민 신용도는 최고, 이유는?

입력
2020.10.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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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 신용도 2005년 이래 최고 수준
대출금 상환 유예 등 대규모 부양책 덕분
'착시효과'에 은행들 문턱 높이자 역차별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800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22만명에 육박해 단연 세계 1위다. 경제는 당연히 무너져 올해 4월 실업률이 한 때 14%까지 치솟기도 했다.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빚을 갚지 못하는 시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기간 미국인들의 신용도는 되레 높아졌다고 한다. 어찌된 일일까.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 신용평가기관 피코(FICO) 자료를 인용, 미국 소비자들의 7월 평균 신용점수가 711점으로 산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달 점수는 706점. 실업률이 최고조에 달했던 4월(708점)에도 지난해보다 점수가 높았다. 수치만 보면 감염병으로 인한 가계 타격은 없었다는 뜻이 된다. FICO 측은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 지금도 신용도 상승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면서 “가계 신용점수를 추적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300~850점으로 매겨지는 FICO 신용점수는 가계 신용을 나타내는 대표 척도로, 700이상이면 ‘양호하다(good)’는 평가를 받는다.

비밀은 미 행정부가 단행한 대규모 경기 부양에 있다.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광범위한 대출금 상환 유예 등 양적완화 조치는 개인신용 보고서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가령 정부는 경기부양패키지법(CARES)을 내놓으며 학자금 대출 상환을 미뤄도 신용정보에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은행들이 대출 납부 유예를 허용할 때에도 연체 정보를 신용평가 업체에 제공할 수 없게 했다. 여기에 전례 없는 실업 대란 속에 신용카드 지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카드 부채도 덩달아 줄어 들자 역설적으로 신용 등급이 크게 올랐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착시 효과'를 액면 그대로 믿는 금융기관은 드물다. 당장 미 의회가 추가 경기부양책에 합의하지 않으면 현재 신용상태는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신용평가 업체 ‘트랜스유니언’ 연구 결과, 3~5월 미국 내 연체대출 계좌는 1억개가 넘었다. 미 노동부도 10월 둘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90만건에 육박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또 직장에서 완전히 해고된 ‘영구 실업자’ 수 역시 7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신용 관련 지표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

금융권은 정부의 무제한적 돈 풀기와 빈곤층 급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부채 상환을 늦춰 달라는 대출자의 형편이 진짜 좋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구제 정책을 악용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랜스유니언의 커트 밀러 신용리스크 부사장은 “납부유예 조항은 극히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고안됐다”며 “하지만 연체 계좌가 1억개에 이르는 상황이라면 은행들이 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흐름보다 한 발 늦게 움직이는 신용점수 산출 특성도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듬해 10월에서야 신용점수가 급락(686점)한 바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는 “현 상황은 몰아치는 신용 태풍 속에서 눈을 감고 하늘을 나는 것과 같다”며 “누가 돈을 갚을지,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은행의 유일한 선택지는 여신에서 발 빼는 것”이라 경고했다.

은행들은 신용점수 상승분만큼 대출 기준을 더 깐깐하게 적용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높아진 대출 문턱은 ‘평균값의 함정’에 가려져 빈곤층에는 또 다른 차별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신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다수 은행이 대출 조건으로 FICO 신용점수를 최대 700점까지 올렸다고 전했다. 반면 흑인 집단의 평균 신용점수는 620~680점이다. 앨라나 맥카고 미 도시연구소 주택금융정책센터 부소장은 “코로나19 확산 후 많은 흑인과 라틴계 시민이 대출 상환에 실패했다”며 “이미 주택을 소유한 흑인조차 집을 잃을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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