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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3명째 사망... "차라리 안 맞을래"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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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3명째 사망... "차라리 안 맞을래" 공포 확산

입력
2020.10.20 17:05
수정
2020.10.20 22: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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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이어 고창·대전서도 사망
사망 인과관계 규명 안돼... 당국 "관련성 낮아"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커... 고위험군 접종해야


20일 한 육아정보 공유 카페에 부모들이 올린 글. 아이들에게 독감 백신을 꼭 맞춰야 할지 고민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캡쳐

20일 한 육아정보 공유 카페에 부모들이 올린 글. 아이들에게 독감 백신을 꼭 맞춰야 할지 고민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캡쳐


“상온 백신 노출, 백색 입자, 청소년 사망 사고까지 나면서 아기 독감을 맞춰야 하나 고민이에요.” “사망 기사 보고는 못 맞히겠어요. 올해는 애들 안 맞히고 싶어요.”


독감 백신 3대 악재에 공포감 확산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관련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이 공포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신성약품의 운송 중 백신의 상온 노출 사태를 시작으로 백색 입자가 발견돼 회수 조치됐고, 19일에는 백신 접종 이틀 후 고교생이 숨진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20일에는 전북 고창에서 전날 백신 접종을 한 70대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같은 날, 대전에서도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이 접종 5시간만에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아직 이들 사망 사건과 백신 접종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바는 없다. 고교생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취지로 보건당국 등에 1차 구두 소견을 전달했다. 신성약품 유통 백신을 맞고 숨진 고교생과 달리 기존 문제를 일으킨 제품이 아닌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를 접종한 고창 사망자의 경우도 "접종과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불신이 쌓여있던 터라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들 사망자의 정확한 사인 확인은 부검 후 조직검사 결과를 살펴봐야해 최소 1주일 이상이 걸린다. 그동안 백신 접종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부모들이 자녀 양육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자녀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줄을 이었다. 독감을 예방하려다 혹여 접종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지 걱정돼서다. 일부 부모들은 “올해는 애들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손 씻기 등을 잘 지켜서 독감을 피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신 접종 피해보다 이득이 훨씬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은 반드시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아, 임신부, 고령자, 만성질환자가 고위험군이다. 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독감에 걸린 후 폐렴으로 번져 상태가 심각해질 위험이 있어서 정부도 이들을 우선접종 대상자로 지정하고 있다. 고위험군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높은 의료기관 종사자 등도 우선접종 대상자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떤 약물이든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없다”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백신을 접종해서 얻는 이득을 비교해보면 백신으로 얻는 이득이 극단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위험군일수록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폐렴 사망률이 높아서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며 “의료진이나 돌봄노동자 등 직업적으로 접촉이 많은 사람들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 교수는 “올해는 세계적으로 독감 발생 정도가 굉장히 낮고 해외에서의 입국도 줄어든 상황이라 과거보다 감염 위험 자체는 줄어든 상황”이라며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잘 지키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건강한 사람은 꼭 맞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고교생 사망 사건으로 인해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면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접종해도 시기상 늦지 않다. 최원석 교수는 “독감 백신은 11월에 접종해도 되므로 (부작용이) 걱정되면 사인 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 맞아도 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숨진 고교생의 부검 최종결과가 나오면 역학조사를 벌여 예방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평가할 예정이다.


“꼭 컨디션 좋을 때 접종해야”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건물 밖까지 줄을 서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이 장시간 줄을 선 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도 "시행 초기 며칠은 가급적 피하고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건물 밖까지 줄을 서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이 장시간 줄을 선 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도 "시행 초기 며칠은 가급적 피하고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를 접종 기본 수칙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다. 독감 접종은 건강 상태가 좋을 때 받아야 하며, 의료진들은 접종 전 환자의 상태와 과거 부작용 이력을 자세히 문진해야 한다. 또 접종이 끝난 후에도 15~30분 정도 병원에 머물며 이상 반응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심장 관련 질환이나 부정맥 등이 있는 고령자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장 시간 줄을 서 있다가 접종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자들은 반드시 건강 상태가 좋을 때 접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 교수는 또 “과거 백신 접종 후 발열이나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등을 경험한 적이 없고 상태가 좋을 때 맞으면 대부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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