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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상품 마음껏 팔려고? 고객 99% ‘위험 선호’ 분류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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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위험상품 마음껏 팔려고? 고객 99% ‘위험 선호’ 분류하는 은행들

입력
2020.10.23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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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안전투자 성향 고객이 주로 찾는 은행에서도 절반 정도는 새로 펀드를 가입하는 고객의 80~90%를 일단 '위험 선호 성향'으로 분류해 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은행에선 전체 펀드 가입자의 99%를 위험성향으로 분류해 놓았다.

은행들이 고위험상품 판매를 위해 고객의 투자성향을 최대한 '위험 선호'로 유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10명 중 8,9명은 ‘위험 선호’

22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은행별 펀드 위험성향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16곳 중 6곳의 위험 선호 투자자 비율(올해 상반기 기준)이 80%대에 달했다.

특히 2개 은행에선 이 비율이 90%를 넘었다. 올해 고객의 97%를 위험 선호로 분류한 A은행은 이전 5년간(2015년 97.2%, 2016년 97.2%, 2017년 99.3%, 2018년 99.2%, 2019년 93.1%)도 절대 다수 고객의 투자 성향이 위험 선호였다.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은 새로 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원금 손실을 감수하는 등의 위험을 선호한다고 답한 고객의 비중을 뜻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안정 성향이 강한 고객이 많이 찾는 은행에서 이정도 수치가 나오는 건, 정상적이진 않다고 본다. 이에 은행들이 애초부터 고위험상품을 자유롭게 팔기 위해, 일부러 고객의 투자성향을 최대한 위험 선호로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고객의 투자 성향은 △공격투자 △적극투자 △위험중립 △안전추구 △위험회피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이중 공격투자와 적극투자로 분류된 고객에게만 펀드 위험등급분류(6단계) 중 1~2단계에 해당하는 고위험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투자 성향 분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사실상 각 금융사 자율에 맡겨 뒀다"며 "투자 성향을 판단하는 계산식인 '알고리즘'을 금융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고객에게 묻는 질문의 비중을 조절하는 식으로 결과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성향 분류 단계부터 감시해야"

그러나 현재 금감원의 불건전 영업행위 감시기준은 이런 왜곡을 걸러내기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불건전 영업행위를 잡아내는 지표로 '부적합상품 판매율(안전지향 고객에게 고위험상품을 판매한 비중)'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애초 위험 선호로 분류된 고객 비중이 높을 경우,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낮게 나와 오히려 건전 영업처럼 보인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이 97.3%인 A은행은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0.9%인 반면,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이 28.4%인 B은행은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15.4%에 달했다.

결국 고객의 투자 성향이 분류되는 단계부터 감시하지 않으면 은행의 과도한 고위험상품 판매를 세밀하게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부적합상품을 파는 은행도 문제지만, 애초 고객을 위험 선호로 분류해 놓고 고위험상품을 팔고 있다면 투자자 성향 분류 단계부터 감독당국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은행별로 다른 투자자 성향 분석 알고리즘 점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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