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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 만든 쓸고퀄 '오느른'... 시사교양 PD, MBC 1호 유튜버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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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 만든 쓸고퀄 '오느른'... 시사교양 PD, MBC 1호 유튜버 되다

입력
2020.10.29 04:30
수정
2020.10.29 12:0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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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PD에서 MBC 공식 1호 유튜버가 된 최별 PD가 지난 4월 충동구매한 전북 김제의 한 폐가에 앉아 쉬고 있다. 이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시골에 터 잡는 과정을 브이로그로 찍어 MBC 공식 유튜브 채널 '오느른'에 올리고 있다. MBC 제공

시사교양 PD에서 MBC 공식 1호 유튜버가 된 최별 PD가 지난 4월 충동구매한 전북 김제의 한 폐가에 앉아 쉬고 있다. 이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시골에 터 잡는 과정을 브이로그로 찍어 MBC 공식 유튜브 채널 '오느른'에 올리고 있다. MBC 제공


"이 브이로그(VLOG·일상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방송국 PD가 만들었다고요?"

지난 6월 문을 연 유튜브 채널 '오느른'에 잊을만 하면 달리는 댓글이다. 지상파 PD가 웬 유튜브를, 어쩐지 영상 때깔부터 '쓸고퀄(쓸데없이 고퀄리티)'이라더니, 하는 감탄과 함께 나오는 반응이기도 하다.

이 PD의 이름은 최별(31). 'MBC 시사교양 PD'에서 'MBC 공식 1호 유튜버'로 변신한 인물이다. '오느른'은 최 PD가 전북 김제의 115년 된 폐가를 사서 하나 둘씩 손봐가며 터 잡아나가는 시골살이 과정을, 10분 정도 영상으로 선보이는 연재물이다. 여기에 붙은 부제는 'MBC PD의 리틀 포레스트'.

그러면 또 이런 댓글이 붙는다. "MBC가 사준 집 아니야?" 아니다. 최 PD가 제 돈 4,500만원을 털어 샀다. 세컨 하우스로 마련한 생애 첫 주택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최 PD도, MBC도 알지 못했다. 영상 20여편을 올리는 사이 구독자 21만명, 누적 조회 수는 1,182만회를 넘어섰다. 슈퍼스타 펭수가 먼저 출연을 제의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시작은 무계획이었다. 최 PD는 "솟구치는 퇴사 욕구에 진짜 충동적으로 집부터 샀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고민을 시작했다. "이걸로 뭘 할까 많은 고민 끝에 콘텐츠로도 가치가 있겠다 싶어 회사에 '오느른' 기획안을 내게 됐어요." 마침 그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D크리에이티브센터로 넘어온 참이었다. MBC가 작년 10월 이 조직을 신설하면서 진행한 사내 채용에 최 PD는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지난 1월 시사교양 PD 중 유일하게 자리를 옮겼다.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로서 유튜브에 정면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작년에 100부작 다큐 '1919-2019, 기억.록'을 크로스미디어로 기획해 유튜브에도 올렸는데 반응이 없더라고요. 좋은 콘텐츠가 외면 당하는 현실에 회의감도 들고, 대체 유튜브는 방송하고 뭐가 다르나 싶더라고요."


최별 PD가 4,500만원을 주고 산 전북 김제의 115년 된 폐가가 주황색 지붕의 말끔한 집으로 변신했다. 당초 주말을 보낼 세컨 하우스로 산 이 집을 수선하는 데만 5,100만원이 더 들어서 최 PD는 서울의 전셋집을 빼고 김제로 이주했다. MBC 제공

최별 PD가 4,500만원을 주고 산 전북 김제의 115년 된 폐가가 주황색 지붕의 말끔한 집으로 변신했다. 당초 주말을 보낼 세컨 하우스로 산 이 집을 수선하는 데만 5,100만원이 더 들어서 최 PD는 서울의 전셋집을 빼고 김제로 이주했다. MBC 제공


쉽진 않았다. 웹예능 아이디어는 냈는데, 때마침 코로나19가 터지며 엎어졌다. 홧김에 김제 집을 산 건 그 때, 지난 4월 무렵이었다. 김제 쪽에 따로 연고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진 돈에 맞춰 집 하나 구하려다보니 김제까지 흘러들었을 뿐이다. 집과 인테리어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데다 브이로그도 즐겨봐온 터라 자연스레 '오느른'을 떠올리게 됐다. 이를 위해 최 PD는 D크리에이티브센터 안에 새로 생긴 M드로메다스튜디오팀으로 소속을 다시 옮겼다. 그렇게 '오느른'은 MBC 공식 유튜브 채널로 지난 6월 선보였다.

일주일에 2, 3일 서울에서 내려온 카메라 감독이 촬영하면, 이걸 최 PD가 넘겨받아 편집한 뒤 금요일 올린다. TV로 옮겨도 손색 없을 고퀄리티가 목표다. 5분짜리 첫 회를 편집하는 데는 3주가 걸렸다고 한다. 'B급 성향', '빠른 편집'으로 대표되는 기존 유튜브 콘텐츠와는 다르다. 풀색, 하늘색, 흙색 등 자연의 색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눈 밝은 이들은 금세 이게 뭔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브이로그인 줄 알았더니 한 편의 힐링 다큐"라는 반응이 줄이었다.

'오느른'을 향한,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은 최 PD와 MBC를 또 다른 고민에 빠뜨렸다. '무계획'으로 시작한 만큼 '오느른'의 다음 스텝을 어떻게 가져갈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올해야 이렇게 간다 해도, 내년 한해 어찌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회사도 '오느른'을 어떻게 키워 나갈지에 대해서 꽤 조심스러운 편이에요. 구독자가 늘면서 다양한 제안들이 오는데, 콘텐츠 방향을 해치는 현물 협찬이나 광고는 안 하는 정도까지만 정리가 된 상태예요."

최 PD는 '오느른'의 성공에도 자신을 '시사교양PD'로 규정했다.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꾸밈없이 전달하고,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오느른'도 교양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할 수록 결국 '나는 다큐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시사교양 PD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요."

하지만 동시대성을 잃고 홀로 무겁기만 한 다큐에 대한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시대가 바뀌어 소통 방식은 달라졌지요. 다큐가 가져야 할 진중함과 무게도 있겠지만 이젠 주제의 다양성이나 포맷 실험도 생각해볼 때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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