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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산 불매운동까지 갔지만… "마크롱·에르도안 모두 원하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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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산 불매운동까지 갔지만… "마크롱·에르도안 모두 원하던 싸움"

입력
2020.10.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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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적수' 만난 佛 마크롱· 터키 에르도안
참수 테러 후 유럽-이슬람 갈등 더욱 부추겨
"각자 국내 정치 입지 다지려는 이미지 싸움"

방글라데시 시민들이 27일 수도 다카에서 프랑스 정부의 이슬람 사원 폐쇄 조치 등에 항의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다카=로이터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시민들이 27일 수도 다카에서 프랑스 정부의 이슬람 사원 폐쇄 조치 등에 항의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다카=로이터 연합뉴스

“두 지도자가 모두 바라던 꿈 같은 싸움이다. 서로에게 이상적 적수가 됐다.”

프랑스 ‘교사 참수 테러’ 사건이 유럽 대 이슬람권의 '문화 전쟁'으로 연일 확산하면서 싸움에 불을 붙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적한 국내외 현안은 외면한 채 두 사람이 끔찍한 테러를 ‘자기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힐난이다.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나 종교 소수자들의 문제는 회피하고 국내 정치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외부의 적만 부각시키기는 마크롱과 에르도안의 행태를 집중 조명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양국 지도자의 입씨름은 국제사회는 물론 프랑스와 터키 내부에서도 묘한 방향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죽일 듯이 싸워도 서로 지지층 결집을 도와주는 ‘고마운(?) 적수’라는 설명이다. 터키 외교관 출신의 시난 울겐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극우파 지지를 회복하려 이슬람이란 의제를 끌어들였고, 에르도안은 언제나 그렇듯 내부 권력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국민의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갈등은 앞서 16일 프랑스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만평을 보여준 교사가 잔혹하게 살해 당한 사건에서 촉발했다.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위해 마크롱이 유명 이슬람사원 폐쇄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자 이슬람권 국가들은 ‘종교 박해’라고 극렬히 반발했다.

갈등의 이면에는 각각 이슬람(에르도안)과 유럽(마크롱)의 수호자임을 자처하고 싶은 두 지도자의 욕망이 숨어 있다. 리비아 내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 동지중해 분쟁 등 과거 국제이슈들에서 양국이 줄곧 파열음을 냈던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터키 경제학자 우구르 거르세스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감염병발 경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에르도안은 유럽이 터키를 제재하면 자신의 표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을 간파하고 마크롱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황도 있다. 그가 프랑스산 불매운동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26일은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던 날이다. 마크롱 역시 2022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방식까지 동원해 보수층 지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는 게 DW의 해석이다.

지역긴장 완화와 화해를 촉구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두 사람은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다. 이에 이슬람 국가들의 반(反)프랑스 물결은 확산일로다. 27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4만명이 프랑스 규탄 시위에 참가해 “프랑스 대사를 파리로 돌려보내라”고 외치며 정부를 압박했다. 프랑스 시민단체 보스포루스 연구소의 바하디르 칼라가시 대표는 “양국 대립은 청소년들의 거리 싸움이 아니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서방의 안보와 경제에 관한 문제”라며 마크롱과 에르도안의 냉정한 태도를 주문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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