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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미국 대통령 되면 첫 한국인 WTO 사무총장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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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미국 대통령 되면 첫 한국인 WTO 사무총장 무산?

입력
2020.10.30 16:47
수정
2020.10.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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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주의 무역 옹호 바이든 당선은 악재"
"중국이 나이지리아 지지하는데, 설마?"
"트럼프 재선되면 유리"...산업부 내심 기대?
국가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 우려?
"선거 전략 구체화하고 각국에 명분 줘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다음달 3일 열리는 미국 대선이 복잡하게 얽힌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WTO 회원국 다수의 지지를 받은 나이지리아 후보를 미국이 반대함에 따라 회원국 전체 합의로 결정되는 선거가 난항에 빠졌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입장이 변할 수 있어서다. 미 언론들이 지금까지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을 바라는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30일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유 본부장의 차기 사무총장 선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다자주의 방식의 무역협정을 옹호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협력을 중요시하는 바이든 후보는 WTO 회원국 다수의 지지를 얻어 대세로 자리잡은 나이지리아 후보로 미국의 지지를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은 유 본부장에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더 퀸 극장에서 코로나19 및 건강 관리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더 퀸 극장에서 코로나19 및 건강 관리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AP/뉴시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기간 동안 WTO 분쟁해결기구 상소위원 선임 반대 등을 통해 WTO의 기능을 무력화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선을 긋는 차원에서라도 WTO 기능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고 사무총장 선거를 서둘러 마무리지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가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중국을 최대 경쟁국이자 미국 일자리 손실의 원인 제공자로 보는 인식은 같다”며 “바이든이 중국이 밀고 있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지지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의 지지 선언으로 요동치는 현재의 선거 구도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유 본부장에게 희망이 있다. 때문에 산업부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바라는 분위기도 비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방위로 유 본부장의 당선을 노력해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조금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기존 입장을 번복할 리가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WTO 회원국 다수의 지지를 얻은 후보를 미국이 비공개 컨센서스 과정이 아닌 공개 반대로 의사를 표시하면서 사무총장 선거가 국가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중국이 미국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절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TO 사무총장 후보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AFP 연합뉴스

WTO 사무총장 후보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AFP 연합뉴스


일각에선 사무총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예외적으로 회원국별 투표를 통해 차기 사무총장을 확정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반론이 많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WTO 운영기금의 대부분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며 “사무총장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미국의 의견을 배제하겠다는 얘기는 WTO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대선 이후를 대비해 유 본부장이 선거 전략을 구체적으로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무총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면 그 책임론이 결국 유 본부장에게 몰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유 본부장이 당선되려면 중국, EU 등이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도록, 사퇴하려면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해당 국가들에게 명확한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유 본부장이 구사하는 전략에 따라 사무총장 선거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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